Page 23 - 고경 - 2017년 2월호 Vol.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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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 봉 거사님과 종담화 보살님이다. 300배의 일과 수행을 하고
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군주민수(君 있다는 청봉 거사님이 먼저 운을 뗐다.
舟民水)로 상징되는 2016년이 마무리될 즈음, 해인사 백련암에 “저는 일단 삼천배를 목표로 왔습니다. 우리 보살은 1만배
는 80여 명의 불자들이 모여 들었다. 를 다 한다고 하고요. 1년 만에 삼천배를 하려니 쉽지 않습니
“가족과 함께”라는 말이 어울릴 ‘세밑’에 적지 않은 불자들 다. 힘들어요. 하하… 2017년에는 좀더 마음을 비우고자 다짐
이 각자 짐을 챙겨 백련암에 도착한 것이다. 서울, 부산, 대구 하고 있습니다. 삼천배를 마치면 능엄주 독송을 할 예정입니
등에서 온 많은 불자들이 백련암에 모인 이유는 자명했다. 정 다. 다들 정말 대단한 신심으로 정진하고 계시는데, 미안한 마
진을 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백련암에 오르는 이유를 설명 음뿐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수행과 정진뿐이다. 종담화 보살님은 일과로 삼천배를 1300일 동안 했다. 지금
12월 30일 백련암에 도착한 불자들은 경내를 정리했다. 묵 은 1000배의 일과 수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보살님은 “하던
은 기운을 날려 보내고 새해의 기운을 맞이하는 시간이다. 12 대로 열심히 해야죠.”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월 31일 새벽 3시, 적광전을 가득 메운 불자들은 예불을 올린
뒤 너무도 자연스럽게 절을 시작했다. 이날 불자들이 시작한 적광전에서 1만배를 하고 있는 불자들
절은 108배도 아니었고 1000배도 아니었고 삼천배도 아니었
다. “무려” 1만배였다.
용맹정진(勇猛精進)의 1만배
일정표에서 뭔가 모를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1500
배를 시작으로 1500배, 1000배, 1300배, 1200배, 1000배,
800배, 700배, 500배, 500배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이다. 중간
의 휴식과 공양시간이 있지만 정말 ‘살인적인 일정’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유가 있었다. 정성도 있었다.
첫 1500배를 마치고 공양을 하러 가는 부부를 만났다.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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