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17년 2월호 Vol.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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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말하였다. “활 쏘는 것은 군자와 비슷함이 있다. 과 외부적 변수 속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이
녁에서 빗나가면 [그 원인을]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한다.”[子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우선적으로 점검해 보라는 말이다.
曰: 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자신을 돌이킴’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항상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제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지위 기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늘 가정, 직장,
를 가진 사람이고, 둘째는 덕 (德)을 지닌 사람이다. 후대로 갈 학교, 나라 등과 같은 크고 작은 사회 속에서 하나의 구성원
수록 군자는 덕을 지닌 사람을 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덕 (德) 으로 존재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규모의 집단 혹은
은 고대에서는 ‘얻을 득(得)’과 통용되었다. 이는 좋은 행동을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길인가에 대해 공
거듭 반복할 때 자신의 몸에 그 좋은 행동이 쌓여서 얻어지는 자는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자기 자신의
것을 말한다. 가령, 신의가 있고 정직한 언행을 거듭하는 사람 현 상태를 먼저 점검해 보고 그로부터 길을 찾으라고 주문하
은 그의 인격 역시 그와 같은 방향으로 변화해감을 뜻한다. 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고대시기로부터 전해 오다가 공자로
공자는 이런 군자의 행위를 활 쏘는 것에 빗대어 얘기하고 대표되는 유학(儒學)에서 정립된 철학적 방법론이다. 다만 이
있다. 먼저 활을 쏘는 사람이 있고, 저 멀리에 과녁이 있다. 사 는 이론적인 분석보다는 실천적인 지점에서 사람에게 최선의
람과 과녁의 사이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 가령 바람이 일정 방향을 제시하는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다.
하게 불지 않거나, 눈이나 비가 내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런 다양한 변수들을 전반적으로 다 고려한 뒤, 최종적으로 화 인도불교의 ‘식만 있고 경계는 없다[唯識無境]’
살을 쏘아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 결과는 예측하기가 힘 『명추회요』의 유식학 논의 가운데 근간이 되는 것은 『성유
들다. 갑자기 돌풍이 불어서 화살이 과녁을 빗나갈 수도 있기 식론(成唯識論)』의 내용이다. 인도 유식학의 대성자인 세친(世
때문이다. 親)은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이라는 짧은 게송을 남겼는데,
공자는 화살이 과녁을 빗나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인도 불교의 10대 논사들이 이에 대해 상세한 해설을 붙였다.
것이 보다 적절한 것인지를 언급하고 있다. 이는 활 쏘는 사람 이후 중국의 현장과 규기 법사가 이들을 한데 합쳐서 한문으
과 과녁 사이의 다양한 외부적인 조건과 요인들을 탓하기에 로 번역한 것이 바로 『성유식론』이다. 이 책의 가장 중심 내용
앞서, 활을 쏜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 은 ‘식만 있고 경계는 없다[唯識無境]’는 문구로 요약된다. 그런
시각각 변화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 그 모든 정보를 종합하는 데 이 문구에 대해서는 옛적부터 다양한 반박이 제기되었다.
자신의 내면의 기능들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더 나아가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현재 우리 눈앞에 다양한 사람과
● 고경 2017. 02. 44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