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17년 2월호 Vol.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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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의 뒷골목
 어떻게 해야 최선의 행위를 할 것인지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

 다. 그러므로 양자는 매우 상이한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연수
 선사가 보기에는 이 두 가지 견해의 출발점은 모두 ‘자신을   나를 괴롭히는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유식학은 이 세계의 다양한 모습  모든 것이 나다
 이 결국 자신의 마음의 상태에 의해 투영되는 것에 다름 아니
 라고 보았고, 중국 유학은 이 세계의 복잡한 현실을 헤쳐 갈
 핵심 단서로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이  글 : 장웅연
 런 공통점을 『명추회요』 500쪽의 인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직 불교만이 마음을 종지로 삼는 것은 아니다. 3교(三敎)
 의 귀결처에서 모두 ‘자신을 돌이키는 것으로써 으뜸을 삼
 는다’고 하였다.
            조계종 종립특별선원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을 찾았다. 봉
          암사 결사 70주년을 맞아 그 의의에 관해 들으러 가던 길이
 아마 연수 선사가 활동했던 10세기 중국에서는 유교, 불교,
          었다. 전설적인 선지식 임제의현 선사가 던진 ‘수처작주(隨處
 도교를 서로 차별된 가르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 간의
          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의 의미도 물었다. ‘어디서든 주인 된
 공통된 요소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는 사조가 보다 지배적
          자세로 살면 어디든 진리의 경지’라는데 과연 그게 가능하겠
 이었던 것 같다. 이를 삼교합일 (三敎合一)의 관점이라고 부르는
          는가. 아무리 봐도 만만한 곳이 없고 어디를 가도 을(乙)의 처
 데, 연수 선사 이후로 중국 불교계에는 이런 관점에 입각하여
          지인데. 당신은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을 사랑하는 게 수처작
 유·불·도를 하나의 지평에서 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리고 그 관점의 밑바탕에는 모든 종교·철학의 사유가 ‘자기   주”라고 했다. 나의 몸뚱이나 느낌이나 생각 또는 신분 말고
 자신’에게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자각이 놓여 있다.   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절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소리
          를 오랫동안 음미했다 :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나다. 내게

 박인석   _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사상 연  로 다가오는 모든 것이 나다. 나와 인연 맺은 모든 것이 나다.
 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교전서>
 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이 나다. 그리하여 그들과의 원만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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