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17년 6월호 Vol. 50
P. 60
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여 신속하게 1. 재물에 집착하지 않고 성을 내지 않으며 해치려는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없다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 것
던 몇 년 전의 그 사람이 맞나 싶다. 자신의 일정을 공개하고 2. 신하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 말을 거스르지 말 것
직접 브리핑하는 모습을 보면, TV토론회에서 공격받고 쩔쩔 3. 항상 보시를 좋아하여 백성과 함께 즐거워할 것
매던 그 사람이 맞나 싶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 4. 법도에 맞게 재물을 거둘 것
은 그가 발탁한 사람들이다. 우선 외모 때문에 화제가 되었는 5. 남의 여자를 탐하지 말고 자기 아내만 잘 보호할 것
데, 대통령과 민정수석을 필두로 청와대 출연진들이 뉴스에 6. 술을 마셔서 마음이 어지럽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
등장하면 ‘잘 생긴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라는 생각이 든다. 7. 실없이 웃거나 놀지 말 것
그래서 여자들은 이거야말로 ‘증세 없는 복지’라며 흐뭇해하 8. 법을 살펴 다스릴 것
고 남자들은 ‘외모 패권주의’라며 시기심을 노골적으로 드러 9. 신하들과 절대 다투지 말고 화목할 것
낸다. 10. 병이 없고 기력이 강성할 것
그러나 발표될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외모보다 더
돋보인다. 온 인생을 어디다 걸고 살아왔는지가 분명하여, 각 또 『중아함경』에서는 나라를 쇠퇴하지 않게 하는 일곱 가
각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다는 믿음을 준다. 그럴 만한 사람들 지 법 중 ‘집회를 자주 갖고 바른 일을 의논할 것’을 첫 번째로
이 때가 되어 만나서 큰 꿈을 꾸는 스토리는 삼국지를 연상시 꼽으셨다.(『불교사회경제사상』, 박경준, 2010, 동국대학교출판부 139, 148쪽에서 재인용)
킬 만큼 기대가 크다. 새 정부는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선거가 끝나고 여 두 경전에서 하신 말씀이 현대 민주주의 사회 시민들의 요
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물었 구와 놀랄 만큼 일치하는 것을 보면, 정의와 소통은 시대를
는데, 몇 가지 항목 중 ‘정의와 소통’을 꼽은 사람이 제일 많았 관통하는 화두이다. 그러니 나라의 지도자가 부처님의 이 말
다고 한다. 지난 정부는 이것이 부족해서 막을 내렸다 해도 과 씀을 통치기준으로 삼는다면 장기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
언이 아니다. 나아가 정의와 소통은 지금에만 중요한 문제는 다. 한편 훌륭한 지도자를 갖는 것은 인민의 홍복이겠지만 그
아니다. 그 옛날 부처님께서도 『증일아함경』에서 국왕의 자리 지도자를 누가 만드는지도 잊지 말아야겠다.
를 오래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열 가지 덕목을 가르쳐주셨다. 지난 두 번의 대선을 돌이켜 보면,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
에서 전과자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과거의 향수에 붙들려 허
● 고경 2017. 06. 58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