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7년 6월호 Vol. 50
P. 59
선사, 주인공의 삶
이 있기에 그의 입을 빌린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말이다.
정의와 소통을 투표는 왜 하는 걸까요? 국민의 권리, 민주주의, 민의, 심
바라는 시대 판. 여러 단어로 수많은 답변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왜
투표하십니까? 민주주의, 주권. 다 맞는 말이죠. 제 이유
는 좀 덜 거창합니다. 저는 일상 중 겪는 고충의 밑바닥에
글 : 이인혜
정치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된 어느 날부터, 저를
위해서 투표합니다. 한 사람이 성장해 사회의 일원이 되
어가는 과정 중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습니다. 입시, 취
업, 결혼, 주택, 출산, 양육, 질병, 부양, 노년, 그리고 세계
관. 이 중 정치와 관련 없는 영역은 하나도 없습니다. 내
선거가 끝났다. 급작스레 치러진 선거여서 시간이 많지 않 일상적 스트레스의 근본에 정치가 있고, 그 정치로 인한
았지만, 나는 투표를 잘 하기 위해서 공부를 했다. 마음에 드 나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 그 노력이 바로 투표다, 그
는 사람이 둘이나 있어서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책을 찾 렇습니다, 저는 그래서 투표합니다.
아 비교하고, 토론회와 뉴스를 보고, 팩트 체크를 다시 체크하 - (교통방송, 뉴스공장, 5월 8일 오프닝 멘트)
는 데 매일같이 두어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 공덕인지 부작용
인지, 누굴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에게 후보들의 상세 미디어 활동을 시작한 때를 보면, 그는 일상에서 받는 스트
정보를 알려줄 수 있었다. 싫어하는 후보들에 대해서는, 아는 레스가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은 듯하다.
만큼 욕할 수 있어서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 모른다. 이미 마 나는 사십 즈음, 가족부양 스트레스를 심하게 겪으면서부터
음을 정했다는 친구와 피 튀기는 토론을 해서 마음을 돌려놓 선거에 관심을 가진 늦깎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부양 스트레
기도 했는데, 불교신자를 개종시키려는 예수쟁이가 된 기분이 스 말고도 위에 열거한 대부분의 영역에서 언제나 스트레스
었다. 그러다보니, 가만 있자, 내가 원래 뭘 이렇게 열성적으로 를 받고 살았다. 입시~부양까지는 지나왔지만 앞날이 불안하
하는 인간이 아닌데 어쩌다가 선거에 이런 열성을 쏟는 걸까. 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의 노년을 위해 투표했다.
이유를 스스로 설명해 보려다가 내 마음을 잘 대변해준 사람 투표 결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고 대통령이 된 다음 날
● 고경 2017. 06. 56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