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7년 7월호 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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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어머니는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줄 수 있다. 또   이처럼 참다운 사랑은 이와 사를 겸하는 것이다. 자비의 마

 늦잠 자는 아이를 깨우지 않고 단잠을 더 자게 할 수 있다. 그  음으로 사탕을 주고, 지혜의 마음으로 매를 드는 것이 모두
 것이 자식을 향한 엄마의 애틋한 마음이다. 하지만 좀 더 지  사랑이자 지혜이다. 그래서 참다운 사랑에는 형식과 격식에
 혜로운 엄마라면 사탕만 주면 이가 썩는다는 것을 안다. 늦잠  걸림이 없다.
 자고 게으름만 피우면 아이의 장래가 불행해진다는 것도 안  그래서 성철 스님도 “이・사, 이 두 가지가 무애하면 자비와
 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사탕   지혜가 서로를 이끌어서 무주행 (無住行), 즉 머무름이 없는 행

 대신 밥을 먹이고,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든다. 당장은 달콤  을 성취한다.”고 했다. 속제에만 매몰되어 진제를 포기하지도
 함이 사라지고, 단잠에서 일어나야 하므로 괴로울 수 있지만   않고, 진제에 매몰되어 속제를 무시하지도 않아야 한다. 우는
 결국은 어머니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에게 사탕을 주는 것도 엄마의 사랑이고, 아이의 건강을

 중생은 눈앞에 있는 물질을 추구하고, 세속적 풍요와 쾌락  위해 쓴 약을 먹이는 것도 엄마의 사랑이다. 진속(眞俗)에 매
 을 추구하고, 크고 화려한 물질세계를 지향한다. 자비심은 그  몰되지 않고, 진속을 부정하지도 않는 중도적 안목, 그 둘을
 런 중생심이 빚은 속제의 세계를 무조건 부정하지 않는다. 하  아우르는 통합적 실천이 이사무애관에 담긴 지혜이다.
 지만 그 다음 단계는 속제의 공함을 일깨우고, 존재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색의 본질이 공함을 깨닫게 하고, 욕망의

 대상이 뜬구름과 같은 것임을 일깨운다. 존재의 실상을 바로
 아는 지혜야말로 최고의 사랑이자 자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사무애관은 현상을 보되, 현상 이면에 도사리고 있

 는 본질을 함께 꿰뚫어 보라는 가르침이다. 반대로 본질의 언
 어만 되풀이하지 말고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의 눈앞
 에 펼쳐지는지도 정확히 보라는 말이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
 보고, 현상과 본질이 둘이 아님을 아는 것이 이사무애관이다.
 달콤한 사탕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이나, 건강한 치아를 위해
          서재영    _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
 절제해야 하는 것은 모두 옳은 것이다. 사랑이라는 차원에서   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보면 둘 다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 고경  2017. 07.                                            34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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