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7년 7월호 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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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사슬로 숨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
에 매몰되고 만다.
화엄학에서 말하는 이사무애관(理事無礙觀)은 바로 그와 같
이 본질[理]과 현상[事]을 동시에 꿰뚫어보라는 가르침이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화엄학에서는 삼라만상을 세
가지 관점으로 바라본다. 즉, ‘진공절상관(眞空絶相觀)’, ‘이사무
애관(理事無礙觀)’, ‘주변함용관(周遍含容觀)’이 그것이다. 청량징
관은 『화엄경법계현경』에서 이사무애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事)를 관하는 것은 속제이고[觀事俗觀], 이(理)를 관하
는 것은 진제 [觀理眞觀]이며, 이・사가 무애한 것을 관하는
것은 중도관(中道觀)이다. 또 사를 관하는 것은 자비를 겸
하는 것 [觀事兼悲]이고, 이를 관하는 것은 지혜[觀理是智]이
다. 이 둘이 무애하면 곧 자비와 지혜가 서로 인도[悲智相 의 이면에 숨어 있는 본질은 공(空)이라고 할 수 있다. 공이 존
導]하여 무주행(無住行)을 이루니, 또한 그대로 공・가・중 재의 ‘참 모습[眞]’이라면 눈앞에 펼쳐져 있는 한 알의 대추는
도관일 뿐이다.” ‘거짓 현상’이므로 가(假)가 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 설명하자면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차별
이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 맥락으로 의미를 정 적 현상은 관계적 질서가 드러난 작용이므로 용(用)이라고 할
리할 수 있다. 첫째, 사(事)는 속제를 보는 것이고, 이(理)는 진 수 있다. 반면 개별적 사물의 이면에 숨어 있는 공(空)은 존재
제를 보는 것이라는 대목이다. 속제 (俗諦)는 눈앞에 펼쳐져 있 가 맺고 있는 관계적 질서이자 존재의 근본, 즉 체 (體)라고 할
는 한 알의 대추와 같은 현상을 말하고, 진제 (眞諦)란 그 모든 수 있다.
현상 이면에 숨어 있는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눈앞에 펼쳐 둘째, 이 (理)와 사(事)를 함께 통찰하는 중도관이다. 성철 스
져 있는 다양한 사상(事象)들이 색(色)이라면 그와 같은 사상 님은 “이사무애가 다른 것이 아니라 중도를 이사무애”라고 했
● 고경 2017. 07.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