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17년 8월호 Vol.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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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져서 ‘총림의 주지’를 지칭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종합수
도장의 장인 방장은 선에만 치우치던 종래 선방의 조실직과
는 근본적으로 다른 ‘원만한 인격’이어야 할 것은 더 말할 것
도 없다.
스님이 방장으로 천거받은 역사는 ‘무더운 대낮에’ 이루어
진 것이다. 그러니까 저 극적인 임시종회로 소급한다. 당초 총
림의 구상은 그 당시 종정으로 계시던 청담스님이 몇몇 전위
적인 두뇌들과 어울려 짜놓은 바 있었다. 그런데 ‘비장한 결단’
에 따른 노을 속의 하산으로 하여 성철스님을 밀게 된 것이다.
선교를 겸한 투철한 안목과 미지수인 그 역량에 기대를 걸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스님의 언설을 들어보면 일관된 도
그머 (敎義)와 화두타파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 4천 권의 장
서를 가지고 누구보다도 ‘언어문자’의 은혜를 입고 있으면서
무슨 컴플렉스라도 있는지 말끝마다 그 언어문자를 깔아뭉갠
다. 물론 불립문자의 의지에서이겠지만 그러니까 한 말로 해
서 ‘중국식의 선’에 너무나 투철한 분이다.
방장 자리에 오른 지 석 달 하고도 십여 일.
재래의 구조에서 이렇다 할 변화는 아직 없다. 암중모색치
고는 꽤 신중한 기간이다. 그래 성급한 다혈질들은 “이게 총림
인가?” “이럴 바에야 뭣 하러 맡았어.” 하고 보채싼다.
암중모색에서 새어나오는 소린즉 첫째 환경정리, 둘째 선실
개조, 셋째 교육시정이라고 한다.
환경정리란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서 일주문 밖에
담쌓는 일이고, 선실개조는 참선하는 데 적합하도록 방사의
● 고경 2017. 08. 1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