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7년 8월호 Vol.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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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잡화엄식(雜華嚴飾)’으로 번역된다. 법계의 세계는 온갖 이  하늘의 달과 천강에 비친 달빛이라는 비유가 주는 가르침

 름 없는 꽃들로 장식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잡화  은 사물과 사물들 간의 자유로운 소통을 설명하는 사사무애
 는 곱게 핀 아름다운 연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먼지와   에 대한 설명이다. 하나가 일체가 되고 일체가 다시 하나가 되
 같이 무수한 존재들을 모두 꽃으로 상징하는 말이 바로 화엄  는 것은 모든 존재가 개체적 울타리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이
 이다. 이렇게 되면 작고 보잘 것 없는 무수한 먼지들과 부분  다. 모든 존재는 보편적 관계 속에서 생성되고 변화한다. 따라
 들이 그대로 전체이자 우주가 된다. 여기서 작은 먼지가 곧 광  서 사사무애는 모든 존재는 본성이 스스로 공하면서도 신비

 활한 우주와 다르지 않고, 찰나의 순간이 영겁의 시간과 다르  롭게 함께 있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법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지 않다는 통찰이 나오게 된다.  성철스님은 이와 같은 법계삼관에 대해 불교가 제시하는
 이처럼 연기 (緣起)는 하나의 달과 천강에 비친 달그림자라  안목 내지는 세계관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는 수직적 상하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존재의 수  즉 ‘불교에서는 세계를 이렇게 바라본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평적 관계성이 빚어내는 조화로운 전체에 대한 이해가 연기이  법 자체가 일즉일체이고, 일체즉일이므로 그와 같은 존재의
 고, 그것에 대한 화엄의 설명이 ‘잡화엄식’이다. 여기서 하나와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본 것”이 주변함용관이라고 했다.
 전체의 관계는 하나에서 전체로 확산되는 ‘주변’을 넘어 ‘함용  따라서 주변함용관을 이해하는 것은 법계의 성품인 법성
 (含容)’이라는 개념으로도 전환된다. 함용이란 세상에 편재하  (法性)을 바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법계연기(法界緣起)

 는 것들이 하나로 수렴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체수월일월섭  는 부처님께서 만든 것도 아니고 중생이 만든 것도 아니다. 부
 (一切水月一月攝)’이라는 말이 함용의 관계를 설명하는 비유로   처님께서 법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깨달아서 중생에게 소
 사용된다. 즉, 천강에 비친 달빛은 모두 하늘에 떠 있는 하나  개했을 뿐”이라는 것이 성철스님의 설명이다.

 의 달로 수렴됨을 의미한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천강에 드리운 달의 근원이 아니라 천
 강의 달그림자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있게 했다는 인식의 전
 환이다. 따라서 하늘의 달과 천강의 달은 주종관계가 아니라
 불이 (不二)의 관계가 된다. ‘주변’이 하나가 전체에 미치는 작용
          서재영    _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
 이라면 ‘함용’은 전체와 하나가 둘이 아니라는 법성의 본질을   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설명하는 대목이다.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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