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7년 8월호 Vol.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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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두루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주변이라는 개념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우리에게 이 비유는 매우 익숙한 내용이다. 교과서에 등장
하는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의 비유가 바로 이것이다. 세
종대왕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지은 노래가 월인천강지
곡이다. 하늘에 떠 있는 하나의 달이 천강에 그림자를 드리우
는 것이 ‘월인천강’에 담긴 뜻이다. 이것이 상징하는 것은 부처
님의 진리가 모든 사바세계에 두루 미치고, 모든 중생에게 진
리의 빛을 드러냄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런데 청량징관은 주변함용에 대해 ‘사사무애(事事無碍)’
를 설명하는 교설이라고 했다. 법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사물
과 사물들이 상호소통하고 의존해 있음을 통찰하는 지혜라
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사무애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
님은 이 두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하늘에 떠 있는 달과 천강 되는 월인천강을 하늘에 떠 있는 달과 천강에 비친 달빛으로
에 비친 달그림자라는 비유를 가져 온다. 주변은 확산의 개념 만 이해하면 본래의 뜻을 곡해할 수 있다. 하늘의 달과 천강
으로 하나가 온 세상으로 널리 퍼진다는 뜻이다. 그런 이치를 의 달을 그런 관계로 이해하면 달은 우주적 진리나 초월적 유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선어록에 나오는 ‘일월보현일체수(一 일신으로 이해되고, 천강에 비친 달빛은 하나의 빛을 받는 대
月普現一切水)’이다. 상 내지는 피조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는 달
하늘에 둥실 떠 있는 달은 하나지만 그 달은 하늘에만 떠 이라는 주체와 그것에 의해 빛을 받는 수동적 대상이라는 주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 어디라도 물이 있는 곳이라면 달그 종관계로 이해될 위험이 높다.
림자는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태평양이든 인도양이든, 한 화엄의 핵심은 하늘에 떠 있는 존재의 근원이나 유일자가
강이든 갠지스강이든, 깊은 우물이든 하다못해 나뭇잎에 맺 아니라 오히려 지상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것들, 무수한 존재
힌 작은 이슬방울일지라도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달빛 들 자체에 초점이 있다. 그래서 그 이름도 ‘화엄 (華嚴)’이다. ‘화
이 반짝인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비록 하나지만 그 달은 온 엄’이라는 말은 범어 ‘Gaṇḍavyūha’를 번역한 것인데, 한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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