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고경 - 2017년 8월호 Vol.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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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속지 않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부처에게도 속지 않고 조사

 에게도 속지 않을 만큼 그런 큰 안목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전 큰스님들도 최후에 인가할 때 “오불기여야(吾不欺汝也)
 라, 오늘부터 내가 너를 속이지 못 한다.”고 말을 많이 합니다.
 깨치기 전까지는 수행자들에게 이렇게도 속이고 저렇게도 속
 이는데, 그렇지만 악의로 속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하든

 지 제자들이 하루 바삐 얼른 바른 눈을 뜨도록 방편으로 이
 리도 속이고 저리도 속이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수행자가 법을 성취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한

 테 속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이 다른 사람이란 중생을 말하
 는 것이 아니고 부처와 조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공부를 성취
 했다는 것은 부처에게도 속지 않고 조사에게도 속지 않아서,
 공부를 지시 (指示)하고 인가(認可)하는 큰스님이 마침내 “금일  는 것은 신해(信解)의 믿음이 아니라 구경(究竟)의 믿음, 증신
 시지오불기여야(今日始知吾不欺汝也)라, 오늘부터는 비로소 내  (證信)을 말하는 것입니다. 『신심명(信心銘)』의 믿음이 구경을

 가 너를 속이지 못함을 알겠구나.” 하는 이 말을 바로 들어야   성취한 믿음[證信]이듯이 결국 구경각을 성취한 믿음입니다.
 합니다. “속이지 못 한다.”는 이 말의 뜻은 공부를 성취해 봐  그대들이 만약 실제로 자기 마음이 부처임을 증신 (證信), 구
 야 아는 말입니다.  경의 믿음을 깨달아 갖지 못한다면, 정신없이 분주하게 일체의

 그런데 지금 도 닦는 사람들이 진정 견해를 얻지 못하는 것  경계에 휘둘리며, 동풍이 불면 동쪽으로 서풍이 불면 서쪽으
 은 병이 어느 곳에 있는가 하니, 정지정견 (正知正見)을 얻지 못  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자기 중심은 하나도 없이
 하고 밤낮 남한테 속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한테도 속  흔들리며 칠전팔도(七顚八倒),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엎어지
 아 살고 조사한테도 속아 살고 자꾸 속아가며 사는데, 그 병  게 될 것이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일체 경계에 이리저리 끄달
 이 어느 곳에 있느냐면 자기 스스로를 믿지 않는 데 있다는   리고 수만 가지 경계에 얽매여서 자유는 하나도 없게 됩니다.

 것입니다.      ‘치구(馳求)’는 보통 세상에서 재물을 구하고 명예와 지위를
 그럼 자신을 믿는다면 무엇을 믿는다는 말인가? 이 믿는다  구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부처가 되고 싶고 조사가



 ● 고경  2017. 08.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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