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17년 10월호 Vol.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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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3                                                                #이야기4

           오백 명의 도적을 교화하여 나라를 안정시킨 힘센 장사가                                        『비화경』에서는 보살이 “내가 이룩할 정토에는 온갖 더러
         있었다. 그 나라 남자들은 결혼을 하게 되면 신부를 먼저 장                                     운 것들이 없게 해달라.”고 발원한다. 그 온갖 더러운 것에는
         사에게 바치기로 결정했다(헉! 충격!). 장사는 무엇 때문에 그                                   여자도 포함되어 있다. 여자가 하나도 없게 해달라면서, “여자
         렇게까지 하느냐면서 거절했다. 그러나 남자들은 좋은 씨를                                       라는 명칭조차 들리지 않게 해달라.”는 말을 덧붙여 관 뚜껑
         얻을 겸 은혜를 갚는다면서 간곡히 청했다. 장사가 마지못해                                      에 못질까지 한다. 이런 발원이 여러 군데 나온다.

         받아들이자 그게 법으로 시행되었고 오랜 시일이 지났다. 그
         게 죽도록 싫었던 한 여자가 길에서 벌거벗고 오줌을 누었다.                                       ■댓글          이건 여자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부처
         장사 하나 빼고 온 나라에 남자가 없는데 당신들 앞에서 뭐                                        님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중생과 부처가 차별이 없다고

         부끄러울 게 있느냐면서.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이 여자의 말                                       하신 게 바로 부처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정토라면
         이 맞는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고, 바뀐 여론의 향방을 타                                       사절이다. 사람들에게 여자 없는 정토에 가고 싶으냐고 물
         고 이번에는 남자들이 장사를 태워 죽였다.                                                 어본다면 아마 남자들부터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



           ■댓글         온 나라 남자들에게 일침을 가한 이 여자                                    #그 밖의 이야기
           는 가장 불리한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                                      왕이 바라문에게 선물을 줄 때 집, 말, 코끼리, 보석 등과
           을 하였다. 지혜롭고 용감한 이 여자의 극약처방에도 불구                                     함께 여자도 선물목록에 들어가 있다. 여자가 물건취급 받은
           하고 여론의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어 장사를 태워 죽이는                                     사실을 보여주는 문장들은 관용구처럼 많이 나온다. 그밖에

           사태에 이른 걸 보면, 당시 그 동네 남자들은 수선 불가능                                    며느리 잘못 들어와 형제간에 우애가 깨진 이야기, 늙은 남자
           한 존재였던가 보다. 그러면, 여자들에게 세상은 얼마나 달                                    에게 시집간 젊은 여자가 남편을 속이고 바람피운 이야기, 정
           라졌을까.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아마                                     욕이 강한 여자가 시어머니 때문에 욕심을 채우지 못해서 남
           도 남자들이 판을 주도하는 언론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헐                                     편을 꾀어 시어머니를 죽인 이야기, 첩과 놀던 남편이 먹다 남
           ~ 大박!” 아니면 “헉! 충격! 숨 막히는 뒤태…” 이렇게 쓰고                                은 술을 보내 모욕하자 분을 이기지 못해 아들의 목을 딴 여

           버리지 않았을까.                                                           자 이야기 등등이 있다.





         ● 고경                                           2017. 10.                                                                58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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