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7년 10월호 Vol.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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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주인공의 삶
복두건은 본래 신하가 쓰는 모자다. 황제가 쓰는 통천관(通
天冠)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존욱이 말하는 보배란
중국 대륙일 테고 통천관의 끈을 단단히 맨 것은 중원을 정 명절 즈음에 경에서
복했다는 쾌감의 표현일 터이다. 흥화는 얼핏 황제의 비위를 본 여인 잔혹사
건드리지 않으려 그 위세를 극찬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속내
는 그의 몰락을 예견한 눈치다.
글 : 이인혜
삶이란 게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하룻밤에 십억 원
을 쓸 수 있는 인생이 언제 십 원짜리 동전 밑에 깔릴지 아무
도 장담할 수 없다. 값을 매길 수 없다는 건 너무 비싸서가 아
니라 언제 똥값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달밤의 아름다움을
논하려는데, 어느새 새벽이 와서 칼을 갈고 있다. 추석이 가까워 온다. 명절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 말고는 힘
들었던 기억이 많다. 명절 뒤에 근육통은 기본이고, 어김없이
눈에 다래끼가 나든지 입술이 부르트곤 했다. 명절에 여자들
고생하는 이야기야 너무 지겹고 뻔해서, 꺼내놓고 보니 도로
입을 닫고 싶다. 그러다가 요즘 읽는 『잡보장경』과 『비화경』
이 떠올라서, 들어가던 이야기가 다시 목구멍으로 기어 나왔
다. 이 경들에서는 여자가 사람취급 못 받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꺼내야 할지 목구멍에서 병
목현상이 일어날 지경이다. 하여, 지금은 좀 달라졌다지만 아
직도 명절에 고생할 여자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하며, 『잡보장
장웅연 _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조사선(祖師禪)에 관 경』에 나오는 여인 잔혹사 몇 토막을 소개한다.
한 수업을 몇 개 들으며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불교신
문 장영섭 기자’가 그다. 본명과 필명으로 『길 위의 절(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
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눈부시지만, 가짜』, #이야기 1
『공부하지 마라-선사들의 공부법』,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
은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파사익왕에게 못생긴 딸이 있었다. 얼마나 못생겼냐 하면,
● 고경 2017. 10. 54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