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고경 - 2017년 11월호 Vol.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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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루크에는 해가 지고 도착하여 황금지붕의 건물과 헬블링                                       변혁한 르네상스를 주도한 메디치가문에 대한 궁금증을 이길

         하우스 건물의 외양만 고개 아프게 쳐다보다가 돌아왔습니                                        수 없었습니다. 메디치가문은 이탈리아의 부르조아 가문으
         다. 정작 유명한 왕궁과 암브라스성 등은 근처에 가보지도 못                                     로 1434~1737년에 피렌체와 코스까나 지방을 지배하고, 이
         하고 다음날 9월 18일 아침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로 출                                   기간 중 레오 10세를 비롯하여 클레멘트 7세, 피우스 4세, 레
         발하였습니다.                                                               오 11세 등 네 명의 교황을 배출합니다. 메디치가의 최고의 번
           점심 때쯤 베네치아에 도착하여 육지와 섬에 걸친 긴 다리                                     영은 로렌초 데 메디치 (1449~1492) 때부터였는데, 그는 미켈란

         를 건너니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                                       젤로(1475~1564)의 재능을 간파해 13세부터 조각을 공부시키
         습니다. 117개의 섬, 150개의 크고 작은 운하, 400개의 다리                                고 그의 궁전으로 데려와서 수양아들로 삼았다고 합니다. 레
         로 이루어진 ‘물의 도시’로 최근에는 관광객 등살에 원주민들                                     오나르도 다빈치 (1452~1519), 라파엘로(1483~1520), 마키아벨리

         이 살지 못하겠다고 데모를 한다고 하는 관광지로도 유명하                                       (1469~1527), 갈릴레이(1564~1642) 등이 메디치가의 후원 또는
         답니다.                                                                  도움으로 르네상스문화를 꽃피우게 되었습니다. 메디치가문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격찬                                      과 르네상스문화의 원조 지역을 마주하게 된다는 기대 속에
         했다는 싼마르크 광장을 중심으로 싼마르크 대성당, 두칼레                                       피렌체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궁전, 종루, 시계탑, 단식의 다리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먼저 도착한 두오모 성당을 밖에서만 관람하게 되었습니

         점심을 먹고 다른 모든 관람을 생략하고 피렌체로 간다고 하                                      다. 자유시간이 30분이 주어졌는데 안으로 들어가려니, 많은
         였습니다. 4~5시간 달려와서 1시간쯤 둘러보고는 또 다음 행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기다리기가 만만치 않아서 성당 주변
         선지로 달려가는 셈이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                                      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산조반니 세례

         보다도, 인솔자의 안내를 들을 수 있는 무전기를 한 대씩 주                                     당도 함께 보았는데 종탑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
         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기가 무슨 경보선수가 된 것처럼 뒤                                     리고 있었습니다. 그 유명하다는 우피치미술관은 가지 않느냐
         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설명만 하고 앞으로 빠르게 걸어가니,                                     고 인솔자에게 물으니 애초 여행계획에도 없었다고, 간단하지
         다리를 다친 나로서는 쫓아가도 쫓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갔                                      만 허망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피렌체는 가죽 제
         습니다.                                                                  품이 유명하다며 일행들을 이끌고 우르르 가죽집으로 쇼핑

           피렌체에 어둠이 내릴쯤 도착하여 여장을 풀게 되었습니다.                                     을 가게 되었습니다. 60분이나 지나서 로마에 가기 바쁘다며
         피렌체에 가는 동안 신 중심의 세계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로                                      출발을 재촉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볼거리를 남겨두고



         ● 고경                                           2017. 1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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