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18년 2월호 Vol.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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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은 미세상용안립에 대해 “이것이 저것을 포섭하여[由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산소가 만들어지
攝他] 일체가 나란히 포섭되며[一切齊攝], 저것이 포섭함도 또한 고, 미세한 박테리아들에 의해 식물은 또 자양분을 공급받고,
그러하므로 미세상용안립”이라고 설명했다. 어리석은 가치관이 무수한 동물들은 이런 미세한 작용으로 먹이를 얻는다. 하나
빚은 세상은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지만 법계의 실상은 그렇지 의 씨앗이 돋아나고 한 송이 꽃이 피기까지 얼마나 많은 미세
않다는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존재의 실상은 대립과 갈등 대 한 것들이 서로를 받아들이며 알 수 없는 기적들을 만들어내
신 “이것이 저것을 포섭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저것 는지 모른다. 이처럼 모든 존재가 미세하고 정밀한 관계 속에
을 일방적으로 포용하고 품어 안는 것이 아니다. 실상의 세계 서 서로 기대고 서로 포용하고 있는 실상에 대한 설명이 ‘미세
에서는 “일체가 나란히 포섭한다[一切齊攝]”고 했다. 이것이 저 상용’이다.
것을 포섭하듯 저것도 이것을 포섭한다. 그와 같은 상호 포섭 존재는 상호 받아들임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관계가 확장되
은 모든 존재들에게 확장되어 서로가 서로를 포용하여 균형을 고,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
이루고 있는 것이 실상의 진짜 모습이라는 것이다. 에 매우 안정되게 서 있다. 그와 같이 안정된 모습으로 서 있는
이처럼 이것과 저것이 나란히 포섭하여 서로를 받아들임이 존재의 특성을 ‘안립 (安立)’이라고 표현했다. 존재의 그와 같은
‘상용(相容)’이다. 이것과 저것이 상호 포용을 통해 이것은 저것 안정성 때문에 비록 겉보기에는 불안해 보여도 억겁의 세월을
속으로 들어가고 저것은 이것 속으로 들어감은 ‘상입 (相入)’이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 그리고 서로를 포용하여 서로에게 들어가 이것과 저것이라
는 고립적 경계를 해체하고 이것과 저것이 하나의 울타리 속으 인드라의 그물로 연결된 우주
로 들어가는 것이 ‘상즉(相卽)’이다. 이와 같은 상호 포용은 우 성철스님은 ‘미세상용안립’으로 표현되는 법계의 특징에 대
주적 변화와 같은 거시적인 것은 물론 아주 작고 미세한 부분 해 “진진찰찰(塵塵刹刹)이 지금 있는 그대로 서로 완전히 상즉
에 이르기까지 관통하므로 ‘미세상용(微細相容)’이라고 했다. 모 상입해서 원융무애자재합니다. 하나가 곧 일체이고 일체가 곧
든 존재들은 우리가 알지 못할 만큼 작고 미세한 부분에 이르 하나이기 때문에 원융무애하면서도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
기까지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여 상호 의존하고 상호 소통하고 서로가 분명하니, 은현 (隱顯)과 광협(廣狹)에 무애하면서도 은
있다는 것이다. 현과 광협이 고스란히 성립합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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