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18년 2월호 Vol.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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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서로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완전히 들

 어감으로써 걸림 없이 소통한다. 개체를 둘러싼 관계는 우주
 적 범주로 그 연결성이 무한히 확장되고, 전체라는 우주는 작

 은 개체 속으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이처럼 십현문은 존재의
 우주적 관계성을 설명하는 교설로 귀결된다. 이와 같은 존재의

 우주적 관계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또 다른 문이 바로 십현문  『화엄경』에서는 “모든 부처님의 지혜는 일체 법계가 인드라
 의 일곱 번째 문에 해당하는 ‘제망무진문(帝網無盡門)’이다.  의 그물 같다는 것을 다 아신다.”고 했다. 지혜의 눈으로 보면

 법장은 “서로 포섭하여 중중무진 [互攝重重]하기 때문에 제망  모든 존재들이 인드라의 그물처럼 하나로 직조(織造)되어 있다
 무진”이라고 제망무진문을 설명했다. ‘제망(帝網)’이란 제석천의   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모든 존재들이 고립적 개체 속에 갇혀

 그물 즉 ‘인드라의 그물(Indrajāla)’을 말한다. 여기서 인드라는   있지 않고 온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지혜로운 통
 ‘천주(天主)’ 또는 ‘천주의 세계’를 의미한다. 인드라는 ‘하늘의   찰이자 부처님의 안목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법장은 이와 같은

 주인’이므로 그가 머물고 있는 궁전은 하늘, 즉 광활한 우주 자  끝없는 관계성에 대해 “제석천궁의 그물에 달려 있는 구슬과
 체가 된다. 그 광활한 우주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그물이 바  같이 하나를 따라가면 무궁무진한 일체와 통하게 된다.”고 했

 로 ‘제망’ 또는 ‘인드라망’이다.  다. 존재는 단절되고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무궁무진하고 미세
 인드라망의 개념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의미를 읽어낼 수   한 관계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있다. 첫째는 온 우주를 감싸고 있다는 인드라망의 상징성이  둘째는 인드라망의 씨줄과 날줄의 교차점에 있는 구슬이 갖
 다. 인드라망은 존재의 우주적 관계성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개  는 상징성이다. 모든 존재는 우주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통

 별적 존재들은 개체라는 작은 경계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지만   합성을 지니고 있지만 개별적 특수성과 고유성도 함께 지니고
 실은 온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드라망이 우주적   있다. 하늘 궁전에 드리워진 인드라의 그물은 씨줄과 날줄이

 넓이로 무한히 확장되듯이 하나의 개체가 갖는 관계성 역시 무  교차하는 매듭에 영롱한 보배구슬들이 매달려 있다. 그 구슬
 한히 확장되어 ‘끝이 없다’는 것이 ‘무진 (無盡)’이라는 술어가 담  은 맑고 투명하여 각각의 구슬 속에는 전체 모든 구슬들이 투

 고 있는 의미다.     영되며, 전체 모든 구슬 각각에도 다른 모든 구슬들이 투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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