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8년 2월호 Vol.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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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올 여름 여러분은 용맹스럽게 잘들 정진하였다. 하지만 나

                                                                                                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무더위 내내 그물만 드리우고 있었
           주야장천 100점을 맞은들,                                                                      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와서 보니 그물 속에 고기 한 마리

           학생은 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가 걸려 있구나. 자! 일러봐라. 어떻게 해야 고기를 구할 수

                                                                                                있겠는가?”

                                                                                                = 방학숙제로도 그간의 스트레스를 보상받는다.
           글│장웅연
                                                                                                이때 무리 가운데서 한 스님이 일어났다.
           ○●○
                                                                                                = 별똥별이 될 별이다.

             #2. 만공의 그물                                                                         뭐라 한마디 하려 입을 떼는 순간 만공이 외쳤다.

                                                                                                “옳거니! 한 마리 또 걸려들었다.”
             신심(信心)? 믿는 마음. 뭘 믿지? 부처님을 믿지. 왜 믿지? 마
                                                                                                = 스님이 그 별을 별사탕 삼아 먹었다.
           음을 편안하게 해주니까. 부처님이 너의 마음을 너를 편안하게

           해준 걸까? 부처님을 믿는다는 너의 마음이 너를 편안하게 해
                                                                                               그물의 도시에 산다. 이것 좀 먹어보시라고 이것 좀 입어보
           준 걸까?
                                                                                             시라고, 거리 여기저기서 미끼를 던진다. 간신히 빠져나오면 ‘최

                                                                                             신식’이라고 ‘가성비’가 으뜸이라고, 더 탐나는 미끼 앞에 내던
              어느 해 여름 안거 (安居)를 해제(解制)하던 날이었다.
                                                                                             져진다. 이미 승부가 정해진 싸움이라는 걸 잘 안다. 잘 모르는
              =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웃고 엄마들은 운다.
                                                                                             사람과 둘이서 점심을 먹을 때, 어색한 분위기가 괴로워서 물
              만공월면(滿空月面, 1871~1946)이 승당(僧堂)에 내려와 대중                                          어보지 않아도 되는 걸 물어보고 소주도 시킨다. 회사로 돌아

              을 두루 돌아보며 3개월 간 두문불출하고 열심히 참선한                                                 오면 윗사람이 자꾸 뭘 묻는다. 집으로 돌아오면 아랫사람이

              선객들을 칭찬했다.                                                                     입을 벌려 먹이를 보챈다. 수중에 가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 가장 크게 웃는 건 돈 받고 오래 쉴 선생님들이다.                                                 러나 그물이 끊기면 밥줄이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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