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8년 5월호 Vol.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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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허공에 떠도는 습기를 모아 빗방울을 만들고, 바람은   하니[連帶緣起], 곧 주와 반이 있게 된다[便有主伴].”고 했다.

 비구름을 산비탈로 데려와 대지를 적시게 하고, 태양은 따사로  표면적으로 보면 모든 연극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가
 운 온기를 불어넣어 새싹이 돋아나게 하고, 토양은 지난 가을  는 것처럼 보인다. 주연은 스토리를 끌고 가는 근간이며, 조연

 에 떨어진 낙엽을 버무려 자양분을 공급하고, 무수한 박테리  들은 주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저마다의 역할이 주어져 있
 아와 미생물들도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 했다. 그  을 뿐이다. 그러나 화엄의 눈으로 보면 주인공과 조연은 서로

 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조연들이 열연을 펼친 결과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주인공에게 조연의 캐릭터가 온전히 숨어
 진달래는 봄 산을 붉게 장식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있고, 조연에게도 주인공의 캐릭터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 ‘주

 이렇게 보면 인간의 삶은 물론 모든 존재들은 주연과 무수  반구덕 (主伴俱德)’의 이치다.
 한 조연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한 편의 연극이 분명하

 다. 이 연극이 성공하려면 주인공은 물론이고 무수한 조연들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된 존재
 도 제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고, 무대장치와 같은 조건들도 잘   존재의 연극무대에서 보면 주연과 조연은 각자 다른 위상

 맞아야 한다. 조명은 조명대로, 음향은 음향대로, 분장은 분장  으로 분리되어 있는 동시에 또 상호 전환되는 일체성을 갖고
 대로 각각의 소품들도 모두 제 자리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비  있다. 물론 1차적인 것은 개별적 특성이라는 존재의 차별성이

 로소 한 편의 멋진 연극이 완성된다.  다. 성철 스님은 주(主: 주인공)와 반(伴: 조연)이 갖는 이런 차별성
 모든 존재는 이처럼 주연과 무수한 조연들의 조화 속에서   에 대해 “주주반반 각불상견 (主主伴伴 各不相見)”이라고 했다. 주

 각자의 삶을 펼치고 있음을 밝히는 것이 십현연기의 마지막   인공과 조연은 각각의 개별적 캐릭터를 지니고 있으며, 주인공
 문에 해당하는 ‘주반원명구덕문(主伴圓明俱德門)’이다. 이 말의   속에서는 조연을 볼 수 없고, 조연 속에서는 주인공을 볼 수

 뜻은 주인공과 조연이 자신의 특성뿐 아니라 상대방의 특성까  없다는 것이다.
 지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주인공은 주인공이고 조연은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 현상일 뿐이고 그 이면을 보면 주인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 속에 조연이 있고, 조연 속에 주인공이   공과 조연은 상호 전환되는 통합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성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치에 대해 법장은 “일체 만법이 모두 그  스님은 이를 ‘주주반반 원명구덕 (主主伴伴 圓明具德)’이라고 설명

 러하므로 하나를 들면 [隨擧其一] 바로 주를 삼아 연대하여 연기  했다. 주인공과 조연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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