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8년 5월호 Vol.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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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가파른 직선 코스는 물론 완만하게 돌아가는 길도 있어야 한

           다. 동쪽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어야 하고, 서쪽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상에서 보면 하나의 문[一門]은 열
                                                                                             『종경록』과 한국불교
           개의 문으로 확산되고, 아래에서 보면 열 개의 문은 정상이라
           는 하나로 수렵된다. 하나가 곧 일체이고 일체가 곧 하나이니,

           서로 상즉상입해서 걸림 없이 자유로운 사사무애연기로 확장                                                   글│박인석(동국대 불교학술원 조교수)
           되는 것이 십현문이다.

             주반원명구덕문을 통해 얻는 가르침은 존재의 실상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들에게 주는 또 다른 가르침은 주인공으                                                  ○●○

           로 당당히 살아가라는 것이다. 나는 무수한 조연들의 도움으                                                              2015년 8월에 출판된 『명추회요』의 내용을 한
           로 지금 이 순간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                                                 가지씩 소개하는 연재가 벌써 서른두 번째에 이르렀다. 방대한

           다. 하지만 그런 자부심이 타자에 대한 오만이 되어서는 안 된                                                내용이지만 한두 가지씩 쓰다 보니 벌써 마무리할 시점에 도
           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주인공으로 살고 있지만 내가 주인공으                                                달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명추회요』와 『종경록』의 안이

           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무수한 조연들 역시 또 다른 주인공임                                                아닌 바깥에 서서 이 책이 지닌 가치를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이치를 깨닫고 실천할 때 우리는 매 순간                                                 필자는 5월 초에 중국 무한대학(武漢大學)에서 열리는 선종

           주반원명구덕문으로 들어가고, 너와 내가 어깨동무를 하고 함                                                  학술대회에 초청을 받아 발표를 할 계획인데, 발표의 주제는
           께 걸어가게 된다.                                                                        영명연수의 선사상이 한국불교에 끼친 영향에 대한 것이다. 발

                                                                                             표를 마치면 무한에서 한 200킬로미터 떨어진 황매산(黃梅山)
                                                                                             답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황매산은 오조 홍인대사의 주석처

           서재영                                                                               로, 육조 혜능이 처음 구도의 마음을 먹고 찾아갔던 곳이기도
           —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                                하다.
           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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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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