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18년 5월호 Vol.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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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에게 사적으로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러자 시 받은 경우도 있고, 두 개 갖고 있다가 하나를 다른 사람에
동네에 안 좋은 소문이 돌았다. “석가의 제자들은 입으로는 소 게 주었는데 열흘 뒤에 자기 것이 깨진 경우도 있다. 한 사람이
욕지족을 말하면서 욕심을 부린다. 아무 때나 억지로 달라고 두 개를 동시에 받은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화상과 아사리에
하니 사문의 행실도 없고 사문의 법을 깨뜨리고 있다.” 게 둘 중에 어느 것이 좋으냐고 물어서 결정한다. 그들이 결정
이 소문을 전해들은 부처님은 비구들을 불러 모았다. 동네 해주지 못하면 직접 닷새씩 써보고, 좋은 것을 자기가 갖고 못
평판이 나빠지면 사람들이 문을 닫고 밥을 주지 않으므로 승 한 것을 남에게 준다. 이런 식으로 일이 생길 때마다 세부사항
가 전체가 위험에 처한다. 비상시국이다. 부처님은 사실을 확인 을 하나씩 추가했다. 그러나 발우에 관한 규정은 옷이나 주거
하고 나서 비구들을 꾸짖은 뒤에, 지금 가지고 있는 발우를 네 에 비해 그리 복잡하지 않다. 분배는 공평하게, 위생은 철저하
번까지 기워 쓰라고 정해주셨다. 옷만 누더기가 아니다. “다섯 게. 이것이 발우에 대한 기본 규정이다.
군데 깁기 전에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해 새 발우를 구하면 바 발우는 남에게 맡길 수 없고, 죽을 때까지 지닐 수밖에 없
일제에 떨어진다.” 바일제란 옷이나 발우 등을 법에 맞지 않게 다. 육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법의 수명을 이어가는 데 가장 중
취득하거나 소유할 경우, 그 물건을 승가의 공용물로 내놓고
네 명 이상이 보는 앞에서 참회해야 하는 죄이다. 몰수와 함께
적절한 부가조치가 내려졌다. “승가에서 제일 나쁜 발우를 가
져다 그에게 주면서 ‘깨질 때까지 쓰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는 담당자를 정해서 발우를 나눠주고 바꿔주는 일
을 맡겼다. 새 발우가 들어오면 대중이 보는 앞에서 일을 처리
한다. 임자를 정해 발우를 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것이 너의
발우이니 잘 아껴 써라. 땅에 놓지 말고 씻는 데 쓰지 말아야
한다. 묵은 음식을 담지 말고 물을 데우지 말고 향이나 약을
담지 말라. 깨지면 다시 구하는 것을 허락한다.”
그 뒤에도 사건들이 이어졌다. 혼자서 여러 개의 발우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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