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18년 5월호 Vol.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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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舍利)가 나온다. 작은 구슬 모양인데 그 빛깔이 영롱하고 ●
다채로워서, 깊은 금욕과 인고의 상징으로 받들어진다. 설이었다.
사리가 생성되는 원인은 명확치 않다. 다만 뼈와 나무가 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열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결정 (結晶)이라는 추
측이 많다. 한편 일반인들의 주검을 화장해도 사리가 나온다. 누군가 말했다.
불자가수 김광석의 사리가 가장 유명했다. 반면 살아서 수행 “줘야 받지!”
으로 덕망이 높은 스님이었는데도 죽어서 사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쨌거나 사리가 나오면, ‘큰스님’이 된다. 또 누군가 말했다.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길 때,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싶 “지어야 주지!”
어 한다. ‘잘 살았다’고 남들이 기억해주길 바라면서, 잘 사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다가 죽는다. ‘잘 살지 못했던 모습’ 인생은
은 달콤하지만 위험하다. 그래서 행여 사람들을 실망시킬까 두 빚쟁이.
려워 숨기고 거짓말하고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사실 세상의 선
망 속에서만 행복을 느끼는 그는,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고 싶
지 않은 것이다. 이름이 생물도 아닌데, 우리는 이름이 더러워
지거나 썩지 않을까 너무 걱정한다.
사리를 팔면 돈깨나 생기겠지만, 죽을 때 못 가져간다. 내 눈
으로 구경도 못할 것들을 위해 삶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다. ‘사
리는 시체의 일부일 뿐’이라 여기며 경 (經)을 한 줄 더 읽겠다.
장웅연
사리이든 냉면사리이든, 일종의 덤인 것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 — 집필노동자. 1975년생.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부터 <불교신문>에
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본명은 ‘장영섭’. 글 써서 먹고 산다. 포교도 한다. 그간 『불교에 관한 사
이 덤이듯이. 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49(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길 위의 절(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등 9권의 책을
냈다. 최근작으로 『불교는 왜 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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