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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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기행 1
당하는 일도 벌어진다.
최근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진정한 스승이 없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앞 성철 스님 사리탑을 찾다
서 지적했듯이 진정한 스승이 없으므로 이런저런 병리현상도 아울러 증가
하는 문제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목 │ 영남대교수·철학
옛 문헌에 따르면 스승은 원래 ‘중’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월인석보』,
최세진의 『훈몽자회』 등에서는 출가한 중을 일러 ‘스승(師)’이라고 기록하
고 있고 실제로 과거 승가에서도 상대 승려를 존경해서 부를 때 ‘사승(師 4월 한창 꽃 피던 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5월 1일 노동절 아침, 허
僧)’ 혹은 ‘사(師)님’이라는 호칭을 썼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망 속에 흔들리는 본밑 마음을 달래고자 딸아이를 데리고서 해인사를 찾
이를 놓고 보면 불교계는 스승을 배출하는 보고(寶庫)다. 그럼에도 세속 았다. 1992년 김국환이 부른 ‘타타타’를 중얼대며, 타박타박 흐린 날의 산
사회를 상대로 스승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비천해질 수밖에 없 길을 밟고 오른다. 타타타(tathātā), ‘있는 그대로’. 진여(眞如), 여여(如如), 진
다. 하물며 세속의 걱정을 사는 일이 있어선 더욱 안 되겠다. 또한 도처에 실 (眞實)…. 노래를 듣다보면, 눈물도 덤이고, 아픔도 웃음도 기쁨도 근심걱
서 스승인 양 행세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은들 올바른 선사를 키워내는 정도 모두 덤이 되는 것 같다.
선불장(選佛場)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무슨 효험이 있겠는가? 황벽희운 선 어느새 대웅전을 오르는 길목, 일주문 근처의 퇴옹당 성철 스님
사의 말에서 성철 스님처럼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그려본다. (1912~1993)의 사리를 모신 사리탑 앞에 선다. 사리탑을 부도탑(浮屠塔)이라
고도 한다. 부도(浮屠)라. 뜰 부, 죽일(도살할) 도. 아니, 신성한 탑에 이런 글
자를 왜 붙였던가? 한자 뜻으로 보면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래서일까. 부도
의 죽일 ‘도’ 자를 그림 ‘도(圖)’ 자로 바꿔 쓰기도 한다. 사실 부도는 붓다
(Buddha)의 음역(音譯)이기에, 새길 필요가 없다.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
佛)의 ‘남무’를 산스크리트어 ‘나마스(namas: 歸命, 歸依)’의 음역인 줄 모르
고 ‘남쪽에는…없다’고 번역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부도(浮屠)는 중국어 발음으로는 푸투(fútú)이다. 붓다(Buddha)의 음역이
김군도 라는 설 외에, 스투파(stupa)의 음역인 솔도파(率屠婆)나 탑파(塔婆)의 전음
자유기고가. 선시 읽는 법을 소개한 『마음의 밭에 달빛을 채우다』를 펴내 적지 않은 (轉音)이라는 설도 있다. 어떻든 부도는 불(佛), 탑(塔), 승(僧)을 다 의미하는
반향을 일으켰다. 「오도송에 나타난 네 가지 특징」·「호국불교의 반성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것으로 쓰인다. 여기서 부도가 붓다(=불)와 탑 공용으로 연결되어 쓰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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