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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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출신들이 더 깍듯이 안부를 물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무엇 때문
에 정·관계 인사들이 하나같이 오현 큰스님에 대해 정감을 가지고 있
을까?” 하는 궁금증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 후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현 큰스님의 성
정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중앙종회의원 소임 중 서울에서 오
현 큰스님을 한 번 뵈었습니다. 그러다 총리를 지낸 고향 분을 만나 이
얘기 저 얘기 하던 중, 그 분도 ‘오현 큰스님’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하루는 전화를 받는데 ‘나 백담사 오현이라는 중입니다. 총리님은 초
면인데 한번 시간을 내주시면 뵙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입니
다. 생면부지의 스님이 전화를 해 만났으면 한다고 하니, 약간은 어리
둥절해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약속하고 말았습니다. 후에 만나니 스님
이 어찌나 세상일에 정통하고 재미있던지 지금은 자주 보는 사이가 되
었습니다.” 총리를 지낸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서는 누구에게도 “오현
큰스님이 누구냐?”고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현 큰스님은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
勢로 살다보니, 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이라는
열반송을 남겼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앞의 세 단어도 한글로 표현하
셨으면 절세의 열반송이 되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의 한문은 피모대각披毛戴角인데, 선
어로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어쨌든 또 한 분의 큰스님이 무주처열반
에 들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세간·출세간 모두의 의지처가 되었던
큰스님이 점점 더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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