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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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 지옥에 가면 전생의 ‘죄를 비추어 보는 거울[業鏡]’ 앞에 서서 살아 있
는 동안 지은 모든 죄를 털어놓아야 한다. 거울에 나타난 악의 행적에 따라 가야
할 지옥이 정해진다. 거울과 받침대로 이루어진 업경대는 저승 세계와 관련된 전
각인 명부전, 지장전, 시왕전에 주로 놓였다. 이 업경대는 사자 모양의 받침대와
불꽃 무늬 조각으로 둘러싸인 업경으로 구성됐다. 업경이 꽂히는 네모난 꼭지에
는 범자梵字 무늬와 꽃 무늬가 그려졌고 업경은 연잎 모양의 받침 위에 놓여 있다.
불법을 수호하는 사자는 보통 용맹스럽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이 업
경대의 사자는 귀엽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노란 칠을 한 사자의 몸체는 단순하지
만 녹색과 갈색 칠을 한 갈기와 꼬리, 연잎 모양 받침, 붉은 불꽃 무늬가 생동감을
준다.
뒷표지 사진
해태 모양 업경대業鏡臺.
조선시대, 19세기, 재료 나무. 높이 77.5cm, 너비 57.0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