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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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에서 물이 새든, 오줌보에서 오줌이 새든, 주머니에서 돈이 새든,
            밖으로 말이 새든, 기관에서 공금이 새든, ‘샌다’는 건 그리 좋은 어감이 아
            니다. 오도송에 ‘누수’가 있었다면, 하자가 있다는 뜻일 거다. 일할 필요가

            없는 자만이 할 일 없이 태평가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일하지 않

            기 위해 남에게 일을 떠넘기거나 세상에 일을 내온 것이 불한당不汗黨들의
            세계사다. 나는 땀 흘리지 않고 피 흘린 적 없는 깨달음은 신뢰하지 않는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은, 비문非文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자들은 대

            부분 사람을 털어먹으려던 자들이었다. 나는 나를 열심히 살아감으로써 남

            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 한다. 오직 내가 참은 만큼만 미래가 됐다. 하루치
            의 살아냄이 쌓이고 쌓여서, 일생이 견딜 만한 것으로 순화되고 재기再起는
            꽃핀다.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이며, 번뇌를 보리로 역전시키는 힘들은 각

            오 열정 인내… 해묵었지만 유효한 가치들의 누적에서만 발생한다. 여울

            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송사리에게, 넥타이를 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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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놈이나

                저놈이나
                바람 앞의 잡놈.



                마음씨 좋은

                주모酒母가 되어보자.


                                   장웅연
                                   1975년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본명은 ‘장영섭.’ 불교신문에서 일
                                   하고 있다. 여러 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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