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P. 18
지혜와 빛의 말씀
붉은 해가 높이 뜨니
성철 스님 | 대한불교조계종 제6·7대 종정
캄캄한 밤중에 붉은 해가 높이 떠서 우주를 밝게 비추니,
서 있는 바위 좋아라고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펄펄 끓는 용광로에 차디찬 맑은 물이 넘쳐흘러
천지에 가득 차니, 마른 나무 꽃이 피어 울긋불긋 자랑합니다.
노담과 공자 손을 잡고 석가와 예수 발을 맞추어
뒷동산과 앞뜰에서 태평가太平歌를 합창하니,
성인·악마가 사라지고 천당·지옥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장엄한 법당에는 아멘 소리 진동하고
화려한 교회에는 염불소리 요란하니,
검다·희다 시비是非 싸움 꿈 속의 꿈입니다.
길게 뻗친 만리장성은 거품 위의 장난이요, 웅대한 천하통일 어린이의
희롱이니, 나 잘났다고 뽐내며 정신없이 날뛰는 사람들이여,
칼날 위의 춤을 멈추소서.
일체의 본모습은 유무有無를 초월하고,
유무를 포함하여 물심物心이 융화하며
피아彼我가 상통합니다.
설사 허공虛空이 무너지고 대해가 다 말라도
항상 변함 없이 안전하고 자유롭습니다.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