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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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던 인물이다. 그가 살던 시대는 16세기 말엽으로 봉건왕조의 모순이 누
적돼 지역파벌이 극심했고 경제적으론 토지소유의 불균형으로 백성의 불
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또한 사회적으론 신분제도의 불평등으로 서
민들의 고통이 컸다. 허균은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면서도 천의무봉天衣無
縫의 삶을 살았다. 그가 쓴 『홍길동전』은 어떤 것인가? 서얼庶孼의 차별을
철폐하고 탐관오리를 제거하는 사회혁명적 내용을 담고 있다. 홍길동전
에 나오는 의적 활빈당은 대한제국 시절 일제의 강점을 막으려는 의용군
의 실제 모델로도 활용된다.
이처럼 시대를 앞지르는 혜안慧眼과 현실적 모순을 질타하고 바로 잡
으려는 의기義氣는 삼성이 말하는 금빛 물고기에 비유할 수 있다. 어느 시
대에든 인간을 옥죄고 속박하는 그물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 그물
속에서 안주하는 삶을 산다면 물고기와 다를 바 없다. 인간이 물고기와
다른 점은 무형의 그물마저도 걷어내고 진정한 자유를 구가하는 삶이 즐
겁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세계 인류의 행복과 평화는
글로벌 시대에서 지향하는 공통의 과제다. 이를 위해 지구촌은 지금 인
종과 종교와 혈연 등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 중이며 나아가 다문화
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때 나의 존재는 어떤 것이어
야 하는가? 나의 존재를 키우는 일이야말로 그물을 찢고 금빛 물고기로
우뚝 설 수 있는 방안임을 눈치 채야 할 것이다.
김군도 자유기고가. 선시 읽는 법을 소개한 『마음의 밭에 달빛을 채우다』를 펴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오도송에 나타난 네 가지 특징」·「호국불교의 반성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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