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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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으며 밤새워 불 끄던 일, 모든 일이 주마등 같이 지나갑니다. 그 후
로 각기 뜻한 바 있어 대전, 대구, 부산, 서울 등지로 흩어져 불사와 전법
도생에 노력하여 왔으나, 스님께서는 계속하여 60여 년 해인총림에 사시
며 상하의 신망과 존경을 한 몸에 지니며, 율원장·율주를 거쳐 해인총림
전계사로 종단의 계율을 진작시키신 이 시대의 참 스승이셨다고 감히 종
진 대종사 영전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종진 대종사께서는 1970년 해인승가대학 5대 학장, 1981년 10대 학장,
1989년 12대 학장에 취임하시어 3차례, 12년 동안 학장의 시절을 보내시며
승가교육에 진력하셨습니다. 종진 대종사님의 열반하신 후에 5대 승가대학
장 하시던 시기 전후 제자로 중천 스님, 법등 스님, 재원 스님, 장산 스님,
인호 스님, 법조 스님, 태원 스님, 경선 스님, 원학 스님, 영조 스님, 선룡 스
님, 무관 스님, 장윤 스님, 수진 스님 등이 있었습니다. 종단의 지도자가 되
어 다방면에 걸쳐 불교중흥에 진력하고 있는 이 분들이 종진 대종사 영전에
제자의 예를 갖추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으며, 이러한 선배 스님들께 감
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도반으로서 몇 일간 해인사 계시며 밤낮으로 애
틋한 정을 보여주신 설정 스님께도 고맙고 고마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원융 스님은 그래도 사형으로서 잘 모셨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한 번
이라도 가서 대화도 나누고 손이라도 만지며 위로라도 드린 세월이 있어,
원적에 드셔도 보내는 온기라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5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나며 지도받던 종진 큰스님이 떠날 때, 병문안 한번 가보지 못
하고 야윈 손이라도 따스하게 한번이라도 만져볼 시간 없이 우리 곁을 이
렇게 훌쩍 벼락 치듯 떠나시니, 더욱 허전하고 텅 빈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종진 대종사시여! 큰스님을 따르던 모든 중생들과 후대의 중생
들을 제도하시어 해탈세계에 들게 하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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