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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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원택 스님, 이렇게 처음 멀리서 찾아왔는데 미안합니다.” 하여, “원
융 스님 출상 당시 오셨을 때 ‘앞으로 송광사 큰스님들을 사형으로 잘 모
시겠다’고 하니 현봉 스님이 웃으며
‘두고 봅시다’라고 하셨는데, 오늘 사
형 대접하려 왔는데 안 계시는군요.”
“참, 그때 그 말 듣고 실행하나 안 하
나 두고 보자 했습니다. 오늘 마침
내가 책을 출판했는데 광원암에 막
도착했다고 상좌한테 전화를 받았습
니다. 원택 스님께 책을 드리라고 하
겠습니다. 오늘은 미안하고 다음에
한번 봅시다.”
총무 스님이 책을 두 박스나 주
어 고마웠습니다. 백련암에 도착한
뒤 며칠 지나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흩어진[일逸] 흔적[흔痕]인 글들을 모
았기에 『일흔집逸痕集』이라 하였다. 현봉 스님이 최근
펴낸 『일흔집』.
그러고 보니 글도 일흔 편이고 올해
나이도 일흔이다.”고 출간의 의미를
밝혀놓은 서문에 눈길이 갔습니다. 「만물이 나와 한 몸」이라는 처음 글을
읽자마자 중중무진 이어지는 내용에 끌려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목우정
을 복원하고」·「인월정사 옛터에서」·「토성칠교」·「상량문」 등을 읽으며
현봉 스님의 내공과 문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송광사 행行이
더욱 의미 있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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