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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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감이 가슴에 밀려 왔습니다. 부조 접수대에 가니 “부조는 일체 안 받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스님 죄송합니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문상을 마치고 주지 진화 스님과 송광사 어른 스님들과 인사를 나누었
습니다. 그 분들이 한결같이 “이번 보성 큰스님 열반을 계기로-법정 스님
때도 그랬지만-더 철저히 절집 상가풍습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하는 전통
을 세우고자 하는 것이 송광사의 발원입니다.”라고 들려주었습니다. 그런
말씀들을 들으니 제 머릿속에 확 깨어왔습니다. 그러면서 “죄송하지만 일
체 대중 스님들에게 차비도 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뒤인 3월3일(음 1월27일) 사형인 해우당 원융 스님이 열반에 드시
어 5일장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바로 보름 전에 송광사에서 치러진 보성
대종사의 근엄하고 간소하며, 마음이 집중된 영결식을 보시고 온 해인사
큰스님들께서도 하나같이 송광사 영결식을 칭찬하며 “해인사도 이제 근
엄하고 간결한 상을 치르자.”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문도들도
산중 분위기에 따라 영결식단도 간단하게 하고 조화도 좌·우 한 단씩만
배치한 뒤 문상을 받았습니다.
영결식단을 간소하게 차려 법구法軀를 모시니 마음은 허전했지만 산중
이 다 찬성하니 다행이었습니다. 산중 대중스님들은 때맞춰 모두 모여 장
중하게 염불로 극락왕생을 염원해주시니 예식은 빠진 것이 없게 되었습
니다. 특히 고마웠던 일은 원융 스님 출상하던 날 송광사 주지 진화 스님,
수좌 현묵 스님, 도감 영진 스님, 전 주지 영조·현봉 스님 등이 대거 참
석해 주신 일입니다.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원융 스님 맏 상좌인
일선 스님에게 “송광사에서 대함대가 원융 스님 출상 날에 참석해 주시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다음 하안거 때 송광사 대중공양을 가
도록 하자.”고 당부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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