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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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 개미 같은 모양의 벌레가 몇 천 마리인지 모를 정도로 수없이 날아
나와, 한 방을 가득 채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는
지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흰개미 피해라고 진단·확인됐습니다.
밖으로 보면 멀쩡한데 속으로는 기둥이 텅텅 비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군郡에 신고하고 기다리니 좌선실 전체가 흰개미 소굴이 되어가
니 빨리 해체복원 하여야 한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결론은 났지만 문화재
청의 흰개미 서식조사와 결과가 나오는데 2년여가 걸리고, 예산 신청을
했지만 순위에 밀렸습니다. 해인사 암자 보수는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에서 담당하는데 부서 예산이 넉넉지 못하다며 예산편성에 또 몇 년이 흘
러갔습니다. “해인사 큰절에 팔만대장경판이 모셔져 있으니 거기까지 흰
개미가 영향을 미치면 큰일입니다.”며 위협(?)을 주었지만 백련암 좌선실
해체복원의 건은 세월만 흘러갔습니다. 그러다 2018년 예산이 집행되어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해체복원 하려고 대들보 밑의 공동을 열어보니
1941년 근하만룡槿河卍龍 스님의 상량문이 있고, 포산·도원·구산 스님
등의 발원문이 비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이 착공되어 그런지 이것저
것 부딪치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해인사 총무국장 소임
을 보던 30년 전의 예산집행 방식이 아닌, 전연 달라진 시스템으로 예산
이 집행되고 있었습니다. 30년 전에는 당해 주지 스님들에게 ‘자본적 보
조’라 하여 예산전액이 내려왔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행 설계도면에
의지해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당해 군청에서 해인사 주지 스님에게 자금
이 전달되고, 해인사 주지 스님이 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예산이 집행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공사가 이뤄지는 사찰이나 암자의 주
지·책임자는 건축업자에게 “에헴” 하는 기침 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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