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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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중충해 간결하게 단청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인사 선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상좌와 조카들이 몇 명 찾아와 말을 전했습니다.



                “스님! 선방 스님들의 부탁입니다. ‘옛날 백련암이 큰스님 말씀
                대로 단청도 하지 않고 자연히 퇴색된 집으로 있을 때는, 그래

                도 상좌 스님들이 큰스님 당부대로 검소하게 산다싶어 고마운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사이 백련암 올라가니 집들이 화려하지

                는 않지만 단청을 입히고 있으니 수좌들 마음에 좋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큰스님 상주하시던 좌선실도 해체보수 하고 있

                던데, 원택 스님에게 좌선실을 해체 보수해도 절대로 단청하
                지는 말아달라고 전해주면 좋겠다. 그래도 한 건물 정도에는

                큰스님의 정신이 살아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선방 스님들
                이 말합니다.”



              큰절 수좌 스님들의 염려를 전해 듣고 귀가 번쩍 띄었습니다. “큰절 수

            좌 스님들이 검소하게 살라고 하신 큰스님의 말씀을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구나! 큰스님의 가르침을 더욱 받들며 조심스럽게 살아야겠다.”는 생

            각에 좌선실은 단청하지 않고, 천연 나뭇결이 살아나도록 했습니다. 아무
            튼, 좌선실 불사를 무사히 마치고 큰스님 떠나신 후 25년 만에 백련암 주

            변을 정리했습니다. 새해에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 올리는 정성스런 기
            도가 백련암에서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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