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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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제 불찰이었지만, ‘공사시행 설계도면 작성’도 치밀하게 주지가 관여하
여야 했는데, 옛날처럼 주지의 관여가 자유롭게 허락되는 줄로만 알고 있
었던 것입니다. “문화재청이 허가한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할 뿐”이라며
업자는 ‘주지의 요구사항’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썩은 기둥을
갈아 끼우는데 지붕 밑 도리, 창방 등의 나무는 건재하니 새 기둥은 윗부
분 50cm를 자르고 튼튼한 옛 기둥 윗부분을 살려 시공하라’는 얼토당토
않는 방식으로 좌선실 해체복원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
은 대중이 사는 3칸 큰방을 5칸 큰방으로 늘리는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2-3일 밖에 다녀오니 양끝 2칸만 문 양식이고 안쪽 3칸은 벽이 되도록
시설해 놓고 있었습니다. 하도 기가 차 “5칸마다 문을 만들어야지, 3칸
을 벽으로 해놓으면 안에 20-30명 좌선하는 사람은 숨 막혀 죽겠네!”라
고 목수에게 야단을 쳤습니다. “스님! 우리 잘못이 아니라 설계사무소에
서 스님들 얘기 듣고 그렇게 설계했다고 합니다.”는 항의가 들어오니 무
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다시 설계를 변경해 문화재청에 올리면 우리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니 또 1-2개월 후딱 지나가 버리고 맙니다. 설계사무소에서 미리
“요즈음 문화재 공사는 설계도면을 제일 중요시 하니 설계도면을 면밀히
살펴주십시오.”라고 저간의 사정을 자세히 얘기 했으면 이렇게 일이 헝
클어지지는 않았을 터인데 …. 1년도 안 걸릴 일이 늘어져 2019년 하안거
결제철이 되서야 겨우 끝났습니다.
큰스님은 항상 “출가자가 검소하게 살아야지! 부처님 계시는 곳은 모
르지만 출가자가 사는 곳은 단청하지 말고 살아라.”라고 하셨습니다. 그
러나 흰개미도 퇴치하여야겠고, 큰스님 떠나신지 20여 년이 지나니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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