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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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야 수행자의 모습에 가깝다’는 말씀을 실천하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
다.”며 신도님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스무 살 끝물 무렵 출가할 때 성철 큰스님이 저에게 내리신 말씀을 지
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속세의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당시의
머릿속에 큰스님 말씀이 고스란히 들어 올 리도 이해될 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택근 작가가 2017년 『성철 평전』(서울:모과나무)을 펴냈는데, 어디
서 보셨는지, 큰스님이 저에게 내리신 다음과 같은 말씀을 책 서두에 인
용해 강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중 됐네. 머리만 깎았다고 출가자가 된 게 아니다. 수행
자답게 살아야 한다. 야반삼경에 다 떨어진 걸망 하나 지고,
달빛 수북한 논두렁길을 걷다가, 차가운 논두렁을 베게삼아
베고, 푸른 별빛을 바라다보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야 조금
이나마 수행자의 참모습에 가깝다.”
아무튼, 적명 스님께서 ‘조실’을 사양하고 겸손하게 ‘수좌’자리에 있으
며 봉암사에 주석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나갑니다. “성철 큰스님의 ‘봉암
사의 꿈’을 후대 수좌 스님들에게 전하는 계기로 삼자!”고 문도들이 결의
해, 성철 대종사께서 열반에 드신 후 지금까지 매년 동안거에 백련암 신
도님들이 봉암사 산중공양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적명 수좌 스님은 부임
한 지 몇 년 동안은 별 관심을 두지 않으신 듯 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부터는 산중공양에 오는 백련암 신도님들을 반갑게 맞으셨습니다. 올 때
마다 법문해 주셨지만 더욱 정과 덕을 표하시며 흔연해하셨습니다. “내
가 10년 가까이 있었지만 한 문중에서 이렇게 정성을 가지고 봉암사를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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