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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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전반석이 끝나면 손님은 로지로 나와 휴식을 취하며 후반석 안내
를 기다린다. 이때 다실에서는 찻솥의 찻물이 끓기 시작한다. 찻물이 준비
되면 은은한 징소리로 후반석 안내를 한다. 징소리의 울림이 완전히 사라
지면 츠쿠바이에서 다시 손을 씻고 니지리구치를 거쳐 후반석 찻자리로 입
실한다.
후반석, 차를 마시다 후반석에는 도코노마의 다화茶畵가 손님을 반긴
다. 전반석의 묵적이 다화로 바뀐 것이다. 또한 차솥에서 물끓는 소리가 마
치 솔바람처럼 손님을 맞이한다. 후반석이야말로 차를 마시기 위한 의미의
찻자리인 것이다. 이때 마시는 차는 농차濃茶와 박차薄茶로, 이 두 종류의
차를 차례로 마시게 된다. 정식 다회에 초대를 받게 되면 반드시 먼저 농
차를 마시게 되는데, 죽처럼 걸쭉한 농차는 한 다완에 담겨져 있고 손님들
은 무언으로 농차를 돌려 마신다. 차를 나누어 마실 때 마음까지 서로 나
누게 될 때 농차를 마시는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차
는 거품을 낸 말차로 각각의 다완으로 마신다. 박차를 마시는 동안 가벼
운 마음으로 다담을 나누며 찻자리를 마무리하게 된다.
좋은 다회를 위한 주의점 마음에 남는 좋은 다회를 위해서는 주의해
야 할 몇 가지 점이 있다. 첫째는 일기일회一期一會의 마음으로 지금 여기의
다회에 집중한다. 둘째 다회는 주인과 손님이 하나되는 자리인 일좌건립一
座建立의 장이므로 서로 논쟁이 될 세상사의 화제는 피한다. 예를 들면 자
신의 종교, 남의 재산과 가족, 정치, 전쟁담, 남의 험담, 남녀에 관한 것 등
이 그것이다. 덧붙여 집중에 방해가 되는 화려한 장식의 옷차림이나 진한
향수 등도 피하는 것이 좋다. 좋은 찻자리를 위해서는 오로지 차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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