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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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유튜브 등의 동영상을 통해 부분적이나마 그 모
습을 엿볼 수 있겠다. 단 여기서 말하는 일본 다도란 가루 녹차인 말차 중
심의 다도를 의미한다. 찻잎을 우려 마시는 잎차 다도도 일본에는 있지만
말차 다도가 주류의 위치를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 다도는 다회茶會라는 찻자리 양식을 통해 집약적이고 구체적인 모
습으로 표현된다고 하겠다. 다회란, 주인이 손님을 초대하여 다실에서 소
박한 식사와 차를 대접하는 다사茶事를 일컫는다. 이때 주인과 손님은 일
기일회一期一會의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즉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이라
는 마음으로, 지금 여기의 찻자리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다.
다실, 다회를 위한 전용공간 주인이 일기일회의 다회를 열기 위해서
는 손님을 모실 수 있는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다실이라고 한다. 이
러한 다실을 옛 선인들은 ‘초암 다실’ ‘시중의 산거’라고 불렀고 요즘은 ‘비
일상적 세계’ ‘청정무구한 별세계’라고도 한다. 일본 다실의 특징은 차를 마
시는 공간으로서의 다실과 로지라는 다정茶庭을 함께 포함한다는 점이다.
로지를 걷다 로지露地(사진 1)는 다실로 이어진 길이라는 의미로, 손님은
로지를 걷는 동안 마음을 차분히 다스려 다실로 들어가게 된다. 명상을 하
듯이 마음을 집중하며 걷는 로지에는, 손님이 길을 헤매지 않고 다실을 찾
아가도록 징검돌을 놓아둔다. 또 그 주변에는 푸른 식물을 심어 청정한 느
낌을 주도록 한다. 특히 집중된 마음을 흩트리지 않도록 손님의 시선을 끄
는 빛깔과 모양을 가진 꽃과 같은 식물들은 심지 않는다.
츠쿠바이, 마음의 먼지를 씻다 로지를 따라 다실에 다다르면 다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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