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P. 143
에 휴식仲立(20분)을 넣어 약 4시간 동안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가벼운 다회는 차와 다과만을 준비하여 30분 내지 1시간 정도
의 다회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정식 다회는 전반석에서 소박한 차음식을
즐기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후반석에서 두 종류의 말차, 즉 진한 농차와
연한 박차를 마시게 된다. 이때 사용되는 그릇과 기물들은 다회에 어울리도
록 특별히 선별한 것으로 이를 감상하는 것은 손님들이 갖는 즐거움의 하나
다. 이와같은 의미에서 다회에 사용되는 다도구는 사용하는 용用의 기능과
미美적 감상의 대상이되므로 다도구는 미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전반석, 차음식을 공양하다 전반석에서는 그날 다회 테마를 연상할
수 있는 선승의 묵적을 도코노마에 장식하고 손님을 맞이한다. 전반석의
대부분은 소박한 차음식인 가이세키懐石를 즐기는데 소요된다. 가이세키
는 원래 선승이 수행시의 공복을 잊기 위해 따뜻한 돌을 품었다는 이야기
에서 유래된 말로 공복을 가시게 할 정도의 소박한 음식이란 뜻이다. 다도
에서는 쓴맛의 말차를 마시기 전에 공복이 되지 않도록 가이세키를 먹는
다. 이와 같은 가이세키는 사찰음식의 공양법과 공통점을 가진다. 반드시
음식은 자신이 먹을 만큼만 담아 남기지 않으며 마지막에 숭늉과 단무지
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서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점이다.
가이세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계절감을 살려 자연의 풍류를 즐긴다
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가이세키의 마지막에 나오는 다과에까지 계절
을 담아 표현한다. 또 가이세키는 음식을 한꺼번에 내지 않고 만들어진 순
서대로 한 가지씩 차례대로 대접한다는 점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전반석에서 가이세키와 함께 꼭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일은 화로에 숯불
을 피워 찻물을 끓이는 일이다.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