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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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바위에 깔려 어이없게 죽음을 맞게 된 사내와 우물에 아이를 빠뜨린 여
           인의 비통함이 묘사되어 있다. 그 위에는 풍악을 울리며 의식 행사장에 모
           여드는 사람들과 집을 짓다 무너져 참상을 당하는 장면이 나타나 있다.

             이런 표현과 함께 감로탱은 제작기법에 있어서도 존상은 불화적인 채색

           기법으로 그리고, 산수의 표현이나 현실 인물 등을 표현할 때는 청록산수
           기법이나 수묵담채로 표현해, 일반회화와의 교류도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
           다. 등장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는 점에서 회화적 표현 양상을 뚜렷

           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아귀와 함께 하단에 그려지는 서민들의 생활과 삶

           은 천도 대상이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한다. 게다가 중생의 삶과 고통을
           아우르고, 인과因果의 도리를 깨우치게 하려는 근본적인 가르침을 보여주
           는 것이라 하겠다.

             감로탱화는 여러 도상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불화들을 회

           통케 하는 종합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상단의 불보살 세계는 무색
           계無色界를, 중단의 시식단施食壇과 작법승중의 의례에 등장하는 비구, 비
           구니, 사미, 사미니는 청정한 마음을 지닌 출가자들, 즉 성문 연각 등이 머

           무는 색계色界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단의 여러 장면들은 욕계欲

           界의 육도六道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점에서 감로탱화는 삼계
           도 三界圖를 표현한 우리나라의 독특한 종합불화로 해석되기도 한다. 시방
           세계十方世界의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이 의식을 통해 극락에 갈 수 있다

           는 믿음을 표현한 그림이 감로탱화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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