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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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상징한다. 수륙의궤나 유가의경 등에 아난 존자가 아귀를 비증 보살, 염
묵 대사, 면역 대사라 칭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귀는 고혼을 천
도하는 보살의 화현을 상징하기도 한다. 도상으로 구분하면 발우를 들고
있는 모습의 아귀는 고혼으로서의 아귀를 말하며,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
의 아귀<사진 3 경북대학교박물관 소장 감로탱 부분>는 고혼을 천도하는 보살의
화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로는 2위의 아귀 가운데 한쪽은 발우를 든 모
습으로, 다른 한쪽은 합장 한 모습으로 각각 그려지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감로탱화의 중앙에는 고통 받는 고혼의 상징으로 아귀餓鬼가
있고 그 아귀에게 성찬聖饌, 즉 감로를 베푸는 의식이 묘사되어 있다. 감로
탱은 수륙재와 관련 있는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수륙재는 무주고혼을 위
해 평등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의식으로 양무제가
505년에 처음 베풀었으며 우리나라는 고려 광종 2년(970)에 수륙도량을 열
었다고 전한다.
제단祭壇 왼편에는 법회를 주재하는 승려를 비롯하여 범패梵唄를 하는
승려와 북을 치고 바라춤을 추는 승려가 있으며, 법회 장면 좌우 주변에
는 왕후장상王候將相, 비구, 비구니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 아래로는 중생
의 여러 가지 죽는 장면들이 풍속도처럼 그려져 있다. 즉 지옥地獄, 아귀餓
鬼, 축생蓄生, 아수라阿修羅, 인人, 천天 등 욕계欲界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표
현되어 있다. 생사윤회生死輪廻하는 욕계의 육도중생六道衆生들에게 시아
귀施餓鬼 의식을 통해, 아귀만이 아니라 욕계의 모든 망령들이 극락왕생,
혹은 불佛의 세계인 해탈解脫의 경지로 인도되는 단계적 상승과정이 전 화
면에 가득히 그려진 것이다. 그래서 상단에는 아미타여래를 비롯한 칠여
래七如來와 관음, 지장, 인로왕보살 등 영혼을 구제하는 모든 불보살들이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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