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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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지 보살을 모시는데, 대세지 보살 대신 지장 보살을 협시로 모시는 것
을 종종 볼 수 있다. 두 보살은 천도의식을 거친 깨끗한 영혼[淸魂]을 맞이
하기 위해 우아한 자태로 강림하는 모습이다.
중단 중앙의 제단 위에는 갖가지 음식과 꽃 공양이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고 그 밑에는 두 아귀가 배치되어 있다. 이 아귀는 감로탱화의 주인공이
기도 하다. 아귀는 인간이 맨 처음 죽으면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 중음계中
陰界를 떠돌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달리 육도 가운데 배고픔의 고통을 당
하는 한 생生을 말하기도 한다.
그 앞에는 상복喪服을 입은 상주와 유족들이 따로 마련한 제상祭床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우측에는 왕후장상王候將相, 문무백관文武百官 등 여
러 무리가 제단 앞에 운집하여 의식에 동참하고 있다. 생사기로生死岐路의
필연성에는 지위고하가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어서 하단에는 중생계
의 여러 장면들을 비교적 여유로운 공간 배치를 통하여 묘사하고 있다. 하
단부<사진 5 봉서암 감로탱 하단 부분>의 솟대놀이 장면도 비교적 넓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솟대 아래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많은 악사들과 죽방
울 돌리기와 부채를 쥔 판소리꾼 등의 공연이 동시에 표현되고 있다. 그 아
래에는 조밀하게 표현된 풀들이 나 있는 들판에 전쟁 장면이 펼쳐져 있다.
그 좌측으로 낫을 든 나무꾼이 호환虎患을 당하는 참상이 묘사되어 있
고, 장옷을 걸친 모녀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밑에는 풍랑을 만난
배가 표현되어 있다. 좌측 하단 끝에는 아귀의 무리들이 목마름을 씻어주
는 감로를 얻기 위해 의식행사장에 모여드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옆에는
주인에게 얻어맞는 노비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우측 하단의 전쟁 장면
위로는 짐을 가득 실은 달구지에 길 가던 사람이 깔려 있는데 오늘날 이
장면을 표현한다면 자동차에 치인 모습으로 나타낼 수 있겠다. 윗부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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