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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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를 짝짝 쳤습니다. “우리도 회주 스님 눈치 보며 이말 저말을 못 드리고
있었습니다. 명예 회장님은 큰스님이 열반에 드셨을 때 62살이셨는데 지금
은 89살이고, 그때 60대는 지금은 80대고, 그때 50이던 회주스님은 77살
이 되셨으니, 이제 우리들도 70, 80, 90 밑자락을 깔아놓고 있습니다. 이런
나이로 50·60대처럼 도마에 칼질하기도 힘듭니다. ‘우리들의 세월’도 이렇
게 지나갔으니, 올해부터 백련암 산중공양은 해인사 큰 식당에서 매년 하
는 것으로 결정했으면 합니다.”고 회장님이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이런 과
정을 거쳐 ‘백련암 산중공양’을 8월7일 오전 11시부터 13시까지 해인사 큰
식당에서 300인분이 넘는 양을 준비해 진행했습니다.
큰절에서 처음 하는 ‘산중공양’이라 걱정도 많았습니다. 백련암에서 하
던 산중공양은 백련암 보살님들의 음식솜씨를 자랑할 기회이기도 하고,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한 끼를 잘 대접해야 한다는 그 한 생각으로 지극정
성으로 준비했는데, 외부의 사찰음식 전문점에 부탁하면 “과연 정성이 배
인 음식이 나올까?” 하는 염려가 마음에 가득했습니다. 해인사 교무국장
일엄 스님이 “얼마 전 학승 스님이 경주에 있는 사찰 음식 전문점인 향적
원의 혜연 스님에게 부탁해 산중공양을 했는데, 대중 스님들께서 만족하
시게 드셨습니다. 그곳으로 정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 향적원
솜씨에 산중공양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요즈음 사찰음식이 세상에 많이 소개되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
습니다. 그러나 시중에 알려진 사찰음식은 고급스럽게 보이기는 해도 산중
의 스님들이 드시는 일상의 사찰음식과는 거리가 있는 듯합니다. 걱정했
던 것과 달리, 향적원의 음식들은 전통의 가식 없는 맛 그대로여서 모이신
스님들에게 대접은 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어른 스님들 상床은 사찰 식
으로 정갈하게 차리고, 대중 스님들은 뷔페식으로 30여 가지 반찬과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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