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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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개운사 아미타불좌상 복장유물 중 주본周本 『화엄경』.
들어오면서 각자의 문화에 맞게 수용되었다.
진신사리를 봉안하는 전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위기를 맞이했는데,
바로 사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신사리를 대신하여 부처님의 말
씀이신 경전經典을 탑에 넣게 되는데, 이것이 이른바 “법法사리”이다.
실제로 부족한 진신사리를 법사리로 점점 대체하게 되면서인지, 시기가
내려올수록 공교롭게도 건축계획상 중심사역에서 탑의 존재감이 작아지
고, 조성 빈도 역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다른 방식의 법사리 신앙이 눈에 띄게 되는데, 이중 대표적인 것이
복장에 경전을 넣는 경향이다. 고려시대 불보살상의 복장에도 많은 경전
이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불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의식으로
각종 복장물을 넣으면서 경전도 함께 넣는 것이다(사진 3·4).
그리고 또 다른 방식은 경전을 봉안하는 전각을 짓고 불전佛殿처럼 만드
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장전과 같은 전각을 말한다. 대장전은 경전·경
판·윤장대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법보法寶를 봉안하고 신앙하는 전각
인데, 경전 자체를 신앙하는 전형적인 건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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