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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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가 함께하는 살아 숨 쉬는 실천의 무형문화재다. 살아 있는 동안[生前]
에 자신의 업業을 미리 닦는[預修] 의례이자 수행인 생전예수재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수행과 회향, 보시 등을 통해 공덕을 쌓는 의식이다. 고려시대부
터 시작되었으니 그 역사도 오래되었다.
‘예수預修’란 자신의 공덕을 미리 닦는다는 의미이다. ‘재齋’는 사바세계
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반드시 죽음을 맞게 되므로, 고인이 된 사람을 위
해서 명복을 빌어 극락세계로 인도하거나 다음 생을 맞이할 때 더 나은 삶
이 될 수 있도록 공덕을 쌓아 주는 예식이다.
윤달閏月에 행해지는 ‘생전예수재’는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재와 구분되
는 차별성을 가진다. 고인이 된 타인을 위해 재의식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재의식이라는 점이다. 쉽게 풀이하자면 살아생전
에 자기 자신의 명복을 빌어 덕업을 쌓는 예식인 것이다.
윤달에 열리는 생전예수재
윤달은 태음력太陰曆에서 일 년 열두 달 외에 불어난 어느 한 달을 말하
며, 평년보다 한 달이 더 있다고 해 ‘공달[閏月]’, ‘덤 달’, ‘남은 달’이라 부른
다. 윤달을 무탈한 달로 여겨 “사람의 목숨을 관장하는 신神의 눈을 가려
노여움을 살 만한 일을 해도 아무런 장애나 거리낌이 없다.”라고 여겼다.
그래서 윤달에 중요하거나 꺼려 왔던 일을 치렀다. 수의壽衣를 짓거나 조
상의 묘를 이장하기도 하고 이사를 가거나 혼례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부처님께 불공을 올리기도 하였다.
윤달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봉은사의 예수재에
관련한 구체적인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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