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P. 7
심으로 새로운 발전을 보이는데,이때 중심 인물이 바로 대혜 종고(大慧
宗杲)스님이다.대혜스님은 금(金)이 송(宋)을 침범하였을 때,사람들의
의견이 주화(主和)와 주전(主戰)으로 갈리자 유배당하면서까지 주전파의
입장에 서서 한족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인물이다.이 밑으로 많은 선
승들이 배출되었는데,고애스님은 자신이 이 시기(12C중~13C중)를 살
면서 보고 들었던 선배들,즉 대혜스님의 제자들과 양기파의 또 다른 맥
인 호구 소융(虎丘紹隆)스님 제자들의 올곧은 삶을 주로 다루고 있다.
( 이 책에 등장하는 스님들의 계보는 별표 참조)
이 책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화두참선에 관한 이야기
로서 당시 선풍을 짐작케 해준다.또한 불탄절,열반절 등 불교기념일이
나 동지,개로일(開爐日:화로 피는 날),안거 결제 해제일,개당법회 등
선법회가 상당히 성행했고,이런 법회에서 옛 기연에 대해 묻고 대답하
며 염(拈)하거나 송(頌)하는 등 선법(禪法)을 거량하는 격식이 정형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교 제일의제인 생사문제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한
편,수행이나 대중살림,학인지도,큰스님 시봉 등을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드러내고 비판하면서 사건이나 인물에 짤막한 평을
붙임으로써 선승(禪僧)이자 사가(史家)로서의 안목을 발휘하고 있다.
임제의 후손이라는 뚜렷한 법맥의식을 가지고 화두선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통해 선불교계의 이야기와 인물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남
송대(南宋代)선풍을 짐작케 하는 저술로 그 가치를 평가받을 만하다 하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