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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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1)
석계(石谿心月:~1254)스님과 언계(偃谿廣聞:1189~1263)스님은
중생을 사랑하고 불법을 숭상하여 단평․가희(端評․嘉熙:1234~1240)
연간에 어느 스님들보다도 훌륭한 분이었다.노년에는 영은사(靈隱寺)와
경산사(徑山寺)에 머무르면서 나와 더욱 친밀한 사이가 되었는데,글을
짓고 도를 논함에 있어서 한마디도 거리끼는 일이 없었다.이에 고애(枯
崖:언계스님의 제자)스님과 중간(仲簡)스님을 두 분 스님(石溪․偃溪)
에게 말씀드려 훗날 경산사 사중의 기록을 맡긴 적이 있었는데,중간스
님은 풍부한 문장력을 지녔으나 애석하게도 요절하였고,고애스님은 어
려운 생활 속에서 분발하여 정종(正宗)을 공부하였다.
내가 머무르는 갈석암(喝石嵓)의 길 양편에 옥잠화가 피는 날이면 스
산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어떤 이는 “스님께서는 꽃만 바라보고 계시
니 겨울추위를 어떻게 겪으려는지 딱하시구려……”라고 비웃으며 제각
기 갈 길을 찾아 동분서주 떠나가는데,고애스님만은 너덜거리는 창가에
앉아 아무런 수심 없이 태연자약하였다.언제나 이불을 싸들고 갈석암으
로 나를 찾아와 함께 밤을 지새며,달 밝은 밤이면 누각에 오르고 눈발
이 멈추면 산을 바라보면서 서로의 가슴속엔 정이 깊어만 갔던 것이다.
그 후 나는 금계(錦谿)의 보자사(報慈寺)에서 연평(延平)함청사(含淸寺)
로 돌아갔었다.
간간이 전해 오는 소문에 의하면 고애스님이 옛 분들의 이야기를 모
아 어록을 편집하였고,언계스님은 “그가 수집한 기연(機緣)은 모든 중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