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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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전할 수 없는 소실봉의 묘법을 각자의 그 자리에서 들어 보이자니 지
적해 보일 모양도 없고 가리켜 보일 모퉁이도 없으며 설명할 말도 없고
펼쳐 보일 도리도 없다.텅텅 비어 터럭만큼도 없고 조짐조차도 떠나서
원만고요하며 진정묘명하다.시방허공을 관통하고 법계를 둘러싸니 있다
할 수도 없고 없다 할 수도 없다.공(空)이 이를 말미암아 공(空)이 되나
공과 섞일 수 없고,색(色)이 이를 의지해서 색이 되나 색과 같을 수 없
다.물에 짠맛이 녹아들 듯 미혹한 범부 속에 들어가고 아교풀에 청색을
붙인 듯 깨달은 성인과 함께한다.
설산의 큰 사문은 지혜와 말솜씨가 끝없이 깊고 넓었다.3백여 회에
걸쳐 근기들을 틔워 주신 그 말씀은 심원하고도 활달하였다.대자재를
갖추어 열었다 닫았다 폈다 말았다 하면서 비밀스럽고도 그윽하게 들춰
내지 않은 것이 없었다.그러나 유독 이 일에만은 한 글자,한 획도 그을
수 없었으니 가히 지극한 성인의 큰 생각이며 지극한 신령의 현묘한 창
고라 하겠다.
원오(圜悟)스님은 동산(東山)법연 오조(法演五祖)스님께 법을 얻은
분으로서 안목이 밝고 틀이 활달하며 마음이 툭 트였고,말이 완벽하였
다.그는 하나의 방편만을 고집하지 않고 참선하는 무리들에게 가르침을
열었는데 그것이 흘러 넘쳐 큰 책이 되었다.그것을 ‘심요(心要)’라고 제
목을 붙였으니 말 없는 가운데 말을 드러내고 모양 없는 가운데 모양을
드리운 것이다.근기에 맞게 응대해서 그들의 속박을 풀어 주고 그들의
짐을 놓아주되 많아도 번거롭지 않고 적어도 소략하지 않아서 어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