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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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요점을 얻고 어디를 가나 근원을 만나게 하였다.그 통쾌하고 빠른
            점에서는 한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시라 했던 마조스님의 면모를 높이

            사고,세밀하고 단속하는 점에서는 그저 한가로움을 지킨 암두스님이나
            마음에 아무 일 없었던 덕산스님을 중히 여겼다.
               초학지도에는 반드시 실참(實參)을 하도록 했다.밥도 잠도 잊고 사랑
            과 증오를 다 없애며,자신과 세계를 동시에 놓아서 한구석도 막힌 데
            없이 기륜(機輪)을 활짝 벗어나게 하였다.태엽을 돌리듯 얼굴을 바꿔 한
            입에 물어뜯고 앉은 자리를 홱 틀어 버리니 거기에 어찌 머뭇거림을 용
            납하겠는가.마치 커다란 구름이 홀연히 변화하면서 천지를 다시 짜듯,
            단비가 내려 초목을 고루 적시고 흘러서 강물로 퍼지듯 하였다.잠깐 사
            이에 안개가 걷히듯 하니 오고 간 흔적을 찾으려 하나 전혀 찾을 수 없
            었다.법을 얻어 자재한 이가 아니라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법
            을 설한 한 분의 종사라 하겠으니 비록 임제,덕산이라 해도 이 앞에서

            는 옷깃을 여며야 할 것이다.그는 반야종지를 맛보아 적겁토록 훈습단
            련을 쌓았으므로 이러한 걸림 없는 원만자재를 얻은 것이리라.
               감복 속에서 이 책을 두 번 세 번 읽고는,깊숙이 절하고 이 글을 쓴
            다.진정코 원오스님께서 대적정문(大寂定門)에서 행여라도 고개 끄덕여
            주기를 감히 바랄 수는 없겠지만 그의 가르침이 외롭게 되지 않기를 기
            대해 본다.


               원(元)천목(天目)중봉선사(中峰禪師)명본(明本)제(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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