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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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선문에서는 옛 조사들이 남긴 언행 중에서 후세에 귀감이 될 만한 것
을 고칙(古則)이라 한다.설두 중현(雪竇重顯:980~1052)스님이 명주(明
州:지금의 浙江省 奉化縣)에 있는 설두산의 자성사(資聖寺)에 머무르
면서,고칙을 100개로 정리하고 거기에 송을 붙인 것이 설두송고 이다.
이 송고집은 당시 절강성을 중심으로 한 선과 문학의 조화를 잘 드러낸
작품으로, 선림보훈 에 의하면 임제종 분양 선소(汾陽善昭:947~1024)
의 분양송고(汾陽頌古)를 본따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당시에는
많은 승려들이 이런 송고류를 만들었는데,이 풍조는 경덕전등록 의 편
찬을 거슬러 올라가서 조당집 의 편찬 등에 의해 격발된 것으로 보인
다.
사천성 출신인 설두스님은 설봉-운문-향림-지문-설두로 이어지
는 운문계의 선사이다.그러나 여하경(呂夏卿)이 지은 탑명에 의하면 설
두스님은 마조의 9세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이것은 특출한 선사는 모
두 마조의 법손이라고 믿는 당시의 사상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뿐만 아
니라 이 당시에는 이미 마조-백장-황벽-임제로 이어지는 임제종이
선풍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송대 임제종에 속하는 원오스님이 이 송
고집을 거량하여 벽암록 으로 후세에 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설두송고 를 대본으로 원오 극근(圜悟克勤:1063~1135)스님이
당시의 수행자들에게 제창한 것이 바로 이 벽암록 이며,이 책은 벽암
집 , 불과원오선사벽암록 등으로 불려 왔고,‘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