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5년 3월호 Vol.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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념처 수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념처경』에 따르면 사념처 수행의 핵심은 신수심법 네

                                                                               가지를 ‘바르게 알고[正知]’, ‘바르게 생각하는 것 [正念]’이라
            사념처에 대한 중도적 이해                                                     고 했다. 성철 스님도 바로 이 대목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그러나 이 경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자신의 몸과 감각                                     ‘바르게 알고, 바르게 생각하는 것’이란 “몸(身)은 청정한 것
          을 부정적으로만 관찰하면 육신에 대한 혐오와 염세적 자아                                      이 아니며, 감각(受)는 즐겁지 못한 괴로움이고, 마음(心)은
          관이 생겨날 수도 있다. 육신이 가진 부정적 측면을 극단적                                     항상하지 않는 무상한 것이며, 법 (法)은 자성이 없는 무아(無

          으로 추구해 들어가다 보면 굳이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질                                      我)”임을 관찰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성철 스님은 ‘바르다
          수도 있다. 온통 더러운 오물로 가득 찬 육신을 먹여 살려야                                    [正]는 것은 양변을 떠난 중도’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사념
          할 이유도 없다. 아무리 애착해도 결국에는 썩어 문드러져                                      처 수행을 통해 우리의 몸과 감각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

          구더기가 들끓고 마침내 백골이 될 것을 구태여 지탱해서                                       는 것이 아니라 “중도정견으로 몸을 보는 것이 몸을 바로 보
          무엇하겠는가?                                                              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육신에 대한 부정적 내용만을 관찰하면 극단으로
          흐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도 부정관을
          하다가 염세적 사유가 깊어져 자살을 시도한 비구에 관한

          내용이 있다. 따라서 사념처 수행이 몸에 대한 혐오스러운
          사실을 관찰하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중도를 핵심으로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될 수 없다.

            무상, 무아, 고를 깨닫고 자아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해소
          했다면 다시 긍정적 자아관을 확립하는 것이 중도의 길이
          다. 사념처 수행을 통해 부정성에 대한 자각은 어디까지나
          육신에 대한 집착을 해소하고, 집착에서 발생하는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 해탈을 얻기 위함이다. 그래서 성철 스님은 사

          념처를 부정적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적 해석으로 확장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위빠사나 정진 중인 남방의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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