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5년 3월호 Vol.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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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의 뒷골목
고, 죽어서 구더기가 들끓는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다. 중생
의 몸 이대로가 진여의 몸이고 법신의 몸이기 때문이다.
사념처 수행에 따라 육신의 더러움을 보고 집착을 해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하는 것은 정견이다. 하지만 불구부정이라는 중도의 이치를
보지 못하고 육신을 더럽고 무상한 것으로만 본다면 그것 올 것이 오면 올 것이 오는 대로
은 또 다른 극단이자 망견이다. 따라서 성철 스님은 생멸의
견해로 육신을 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직 중도의 눈으 _ 장웅연
로 사념처를 보고 바르게 닦아야만 그것에 담겨 있는 깊은
의미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도정견으로 보
면 중생의 몸 그대로가 ‘제법의 실상’이고 ‘여래의 법신’이다.
‘모든 중생이 본래 부처’이지 중생들이 가진 이 몸 밖에 따
로 법신도 없고 불신 (佛身)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똑같은 사 ─ 나무는 평생을 맨몸으로 서 있고, 냇물은 죽을힘을
념처 수행이라고 해도 생멸의 관점에서 보는가 아니면 중도 다해 흘러간다. 달은, 홀로 둥글다. 이제 내가 누는 똥은 어
의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짐을 알 느 날 꽃으로 피어나고, 오늘 네가 짓밟은 마음은 훗날 할
수 있다. 이는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만들지만 뱀이 물 ( 喝)로 거듭날 것이다. 어쨌거나 혹은 어떻게든, 다들 살아가
을 마시면 독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며 살아낸다. 돌고 돌고 돌다보면, 어느새 부처.
【제6칙】
마조의 백과 흑 (馬祖白黑, 마조백흑)
어떤 승(僧)이 마조에게 물었다. “네 가지 구절과 백 가지
허물을 떠난 경지 [四句百非, 사구백비]에서 저에게 서래의 (西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來意)를 보여주십시오.” 대사가 이르되, “오늘은 내가 피곤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
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해서 그대에게 말해줄 수 없다. 지장에게 가서 물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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